지난해 4월부터 '제품 80%'에 부착…친환경 내세우며 '급성장'
유엔 총회 결의안 92(I) '엠블럼 사용 불가' 확인
[더팩트ㅣ김정수·설상미 기자] 천연 화장품 회사 톤28이 국제연합(UN·유엔) 엠블럼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엔과 사전 협의 없이 해당 엠블럼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한 건 명백한 국제 조약 위반이다. 특히 친환경과 비건을 내세우며 온·오프라인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한 매체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톤28은 지난해부터 자사 제품에 유엔 엠블럼을 부착해 판매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해당 회사가 유엔과의 특별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광고·판매한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톤28은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샴푸, UV차단제, 세안, 보디 워시, 보디 로션, 젤 크림, 에센셜 오일, 여성청결제, 핸드크림 등등 자사 제품 약 80%에 '유엔 엠블럼'과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문구를 붙여 시중에 유통하고 있다. SDG는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로 환경 등 지속가능발전 이념 실현을 골자로 한다.
톤28의 이같은 유엔 엠블럼이 포함된 SDG 문구 사용은 국제 조약 위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UN 사무국 홈페이지에 있는 UN 로고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엔 엠블럼이 포함된 SDG 문구는 유엔의 시스템 파트너(UN System partners)를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 없다. 시스템 파트너란 국제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유엔의 핵심 파트너를 의미한다. 유엔 총회 결의안 92(I)에 의한 상업적 이용(commercial use) 규정에는 '판매 회사는 유엔 명칭과 엠블럼 사용이 제한돼 있고, 유엔과 계약자라는 사실을 광고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톤28은 유엔 엠블럼을 제외한 'SDG 문구' 역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UN은 결의안 등 로고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유엔 엠블럼이 제외된 SDG 문구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유엔 측의 사전 허가와 라이센스 체결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톤28은 유엔 측과 별다른 협의나 계약 등을 맺지 않은 채 자사 홈페이지에 이를 게재했다.
톤28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엔 엠블럼이 포함된 SDG 문구'를 제품에 부착한 경위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이 중간에서 잘못된 것 같다"며 "작년에 ISO 인증업체 간 구두 협의를 통해 유엔 엠블럼과 SDG 문구를 사용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애초 ISO 인증업체 협의로 SDG 문구까지는 사용가능하다고 밝혔다가, 이후 취재진에 이같이 답변을 정정했다.
또, 톤28은 홈페이지에 '유엔 엠블럼이 제외된 SDG 문구'를 사용하던 것도 수정했다. <더팩트>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다. 회사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홈페이지에 '유엔 엠블럼이 제외된 SDG 문구'를 삭제한 것에 대해 "저희가 일단은 (문제 제기를 받았고) 확실하지 않다 보니 다 내렸다"며 "추후에 사용할 건데 절차를 밟아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른 시일 내에 기존에 나간 제품의 유엔 엠블럼 등을 없애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톤28의 유엔 엠블럼 및 SDG 문구와 관련된 광고·판매 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는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으로 규정돼있다.
톤28의 경우 자사 제품에 유엔 엠블럼과 SDG 문구를 부착해 광고 또는 판매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소비자에게 '유엔과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식적으로 공유하는 회사' 등의 이미지를 부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톤28의 이같은 행위가 표시광고법이 규제하고 있는 △거짓·과장 △기만 등에 해당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위반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정정광고 △그 밖에 위반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하게 된다.
톤28은 '환경을 위해 행동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어 아모레퍼시픽, 현대차, 볼보, 신라호텔, 더현대, SKT, 광동제약, 동서식품 카누, 파라다이스 부산, 라인프렌즈, 내셔날지오그래픽 등 외부 협력사들과 협약했다. 또한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리브영 등 국내 여러 로드샵 및 온라인샵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기업정보 조회 사이트에 따르면 톤28 매출액은 지난 2018년 8억 7323만 원을 시작으로 매년 △12억 6791만 원(2019년) △26억 1656만 원(2020년) △83억 7421만 원(2021년)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3억 9108만 원 △5억 8956만 원 △13억 6505만 원 △6억 2445만 원 등의 적자를 봤지만, 지난해에는 100억 매출(100억 8844만 원)을 달성한 데 이어 1억 8745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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