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페이 유료화 관련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유료화설'이 돌면서 카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페이 유료화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나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수수료 도입에 나설 경우 카드사의 연간 수수료 부담이 7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카드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 10여개 카드사에 '8월 10일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8월 삼성페이 출시 이후 1년마다 카드사들과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해 왔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처럼 유료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애플페이는 제휴사인 현대카드에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삼성페이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일부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유료화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8월에 재계약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좀 있다"며 유료화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유료화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걱정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별로 계약 시기에 차이가 있어 재계약 시기는 8월, 12월 등 각각 다르다. 일부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늦어도 8월까지 삼성전자와 새로운 연장 계약을 체결해야 하므로 그전까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삼성전자도 고심하고 있는 상태"라며 "삼성전자 같은 경우 글로벌 기업인데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사항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 유료화와 관련해서 '유료화 안 한다' '유료화할 수도 있다' 등의 이야기가 업계에서 계속 떠돈다"며 "8월 중으로 어느 정도 구체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페이가 0.15%의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연 700억 원가량의 추가 수수료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전화 제조사를 통한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일평균 1853억2000만 원, 이용 건수는 717만3000건이었다. 올해 이용금액이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고 애플페이 수수료율(0.15%)을 삼성페이에 적용하면, 한 해 카드사가 삼성전자에 지불할 수수료는 1014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여타 간편결제 업체들도 수수료를 받게 되면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는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경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벤트, 마케팅 관련 비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던 혜택 좋은 카드들도 계속 유지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삼성페이·애플페이 등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신용카드 플랫폼업체인 카드고릴라가 지난달 24일 진행한 '간편결제 서비스 유료화 시 사용 의향' 설문조사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유료화 시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인원은 88.5%(1901표)로 집계됐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유료화돼도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한 인원은 11.5%(246표)에 그쳤다. 수익성 악화를 막고자 간편결제서비스를 유료화할 경우 소비자가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간편결제 이용액과 이용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카드사와 간편결제사가 어떤 방식으로 수수료 이슈를 해결할지 관심이 집중된다"며 "다만 분위기를 볼 때 간편결제 수수료율 수준이 관건일 뿐 유료화 수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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