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 "특허침해 인정해야 대화 시작"
양사 입장차 명확, 소송 장기화 전망
[더팩트｜이중삼 기자] SK매직과 쿠쿠홈시스 간 특허침해 소송전이 장기전으로 흐를 공산(公算)이 커졌다. 대화의 물꼬를 열어두겠다던 SK매직과 쿠쿠홈시스가 한 달째 팽팽한 신경전만 벌이고 있어서다. SK매직은 쿠쿠홈시스가 특허침해를 인정해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고 쿠쿠홈시스는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화로 푸는 시간은 지났다며 소송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매직과 쿠쿠홈시스는 특허침해 관련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했다. 이날 SK매직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쿠쿠홈시스가 특허침해 소송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소송 이전 경고장도 보냈지만 특허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갈 의지도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걸었다"며 "대화의 문도 열어놨지만 한 달간 연락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도 "SK매직이 특허침해라고 주장했지만 명백히 아니다. 선행 특허기술도 존재한다"며 "대화의 창구는 열어놨지만 SK매직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준비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SK매직은 얼음정수기에 적용한 특허기술을 쿠쿠홈시스가 침해했다는 판단에 지난달 1일 특허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에 접수했다. 쿠쿠홈시스는 즉각 반박문을 내고 거짓말이라고 맞섰는데 현재까지 기싸움만 펼치고 있는 것이다.
SK매직 측은 쿠쿠홈시스가 자사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SK매직에 따르면 쿠쿠홈시스가 침해한 특허 기술은 '특허 제10-2464193호'로 얼음정수기에 '4-way valve'를 적용해 정수기의 소형화·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SK매직은 쿠쿠홈시스의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와 'ZERO 100S 끓인물 냉온정 얼음정수기'에 자사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소송을 강행한 이유는 승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다수의 기술·법률적 전문가들과 검토를 마쳤다"며 "경고장도 보내면서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쿠쿠홈시스는 분쟁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SK매직은 2018년도 직수 방식을 적용한 냉온정 얼음정수기를 국내 최초로 내놓았다. 쿠쿠홈시스가 2019년에 출시한 제품에 자사 특허 기술이 적용된 것을 알고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해왔다"며 "이번 소송은 SK매직의 성과물이 무단으로 복제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정당하게 특허 기술을 보호받기 위해 소송을 걸게 됐다"고 강조했다.
쿠쿠홈시스는 SK매직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못 박았다. 쿠쿠홈시스는 냉매열을 이용한 탈빙과 밸브 기술은 원천 기술에 대한 국내외 선행 특허가 있다고 주장했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쿠쿠홈시스는 기체 상태의 냉매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SK매직의 기술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선행 특허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 SK매직은 "업계 선도 주자의 결과물에 편승하는 후발 주자의 전형적인 입장이다"고 재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 달이 지나도록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입장차가 명확하기 때문에 대화로 풀기 힘든 사안이다"며 "특허침해 소송은 장기전으로 가는 경향이 크지만 양사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 결국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쿠쿠홈시스가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일례로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도 미국처럼 회사를 부도위기까지 몰고 가진 않는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쿠쿠홈시스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면서 해당 기술을 통한 매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까지 가면 보통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 이상은 걸린다. 이런 측면에서 쿠쿠홈시스는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SK매직이 실적 면에서 빠르게 추격해오는 쿠쿠홈시스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SK매직의 실적은 외형과 수익성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쿠쿠홈시스는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매직의 매출은 △1조245억 원(2020년) △1조774억 원(2021년) △1조733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816억 원(2020년) △712억 원(2021년) △634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쿠쿠홈시스의 경우 매출이 △7653억 원(2020년) △8442억 원(2021년) △9380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1194억 원(2020년) △1641억 원(2021년) △1199억 원(2022년)이었다. SK매직의 매출은 1조 원 대에 머물고 있고 영업이익은 줄고 있는 반면 쿠쿠홈시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오르고 있어 견제 차원에서 소송을 걸었다는 얘기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렌탈 시장은 포화 상태다. 경기도 좋지 않아 상황도 침체돼 있다"며 "SK매직은 소송전이 오래 갈 것을 예상하고 경쟁사 견제와 자사 이미지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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