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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해달라" 호소했는데…노란봉투법 강행에 경제계 '허탈'

  • 경제 | 2023-05-24 14:21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의결
경제6단체 "다수 힘 앞세운 야당 책임져야"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에 대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에 대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하면서 그간 반대 입장을 지속 표명해 온 경제계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는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재차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단독으로 표결해 처리했다. 지난 2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이 처리되지 않자, 이날 야당이 수적 우위로 직회부를 관철한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환경노동위원회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야당이 여당의 반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해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경제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불법 파업이 늘어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초청 정책 간담회 등을 통해 노란봉투법을 재검토해달라고 직접 호소했다.

대한상의·전경련·경총·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전날 국회를 찾기도 했다.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본회의 상정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6단체는 지난달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카툰북을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전경련은 개별적으로 '노란봉투법의 문제점 보고서'를 공개하며 입법 방지를 위한 공세에 나섰다. 이 보고서에는 경제계가 노란봉투법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주요 문제점이 제시돼 있다. 대표적으로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도급제 유명무실화 △가해자 보호 법안 △경영권 침해 △파업 만능주의 확산 등이다.

이날 경제6단체는 야당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결정에 반발하며
이날 경제6단체는 야당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결정에 반발하며 "지금이라도 본회의 상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먼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현장에서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다수의 경제 주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헌법상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경련은 하청 근로자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 사용자의 경영권·독립성이 침해되고 도급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와 함께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 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해 노조의 이익 분쟁 외에도 사업 조직 통폐합·구조조정 등 경영상 조치도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해고자 복직·단체협약 미이행 등 사법 구제 절차로 해결해야 할 권리 분쟁 사안도 파업으로 연결돼 '파업의 일상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전경련은 노란봉투법이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산정 시 조합원 개별 기여도를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러한 내용이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에 위배되고, 가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야당이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하면서 이러한 경제계의 문제 제기는 공허한 메아리가 된 모양새다.

경제6단체는 이날 표결 결과가 발표된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그동안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체계 심사마저 무력화시키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는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상정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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