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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 발표 1년…신사업 확장 '워밍업' 끝낸 롯데그룹

  • 경제 | 2023-05-23 15:38

신사업 분야 투자 적극 검토…"지난 1년, 워밍업 기간"
신사업 성공 여부 따라 추후 기업 가치 재평가될 듯


롯데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더팩트 DB
롯데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아직 사업 재편 효과를 거론하기엔 어려운 '워밍업 단계'이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점찍은 신성장 사업 영역에서는 이미 유의미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24일 37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1년 동안 사업 영역별로 지속해서 투자 추진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특히 향후 5년간 15조 원이 투입되는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논의가 빠르게 이뤄졌으며, 이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뉴롯데'로 거듭나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사업 구조 혁신을 주문했다.

롯데그룹의 목표는 건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업 영역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투자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투자 준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기 투자 계획인 만큼, 지난 1년은 '워밍업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투자 집행 현황은 추후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준비 단계를 넘어 이미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는 영역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성장 핵심 사업으로 지목된 롯데의 헬스앤웰니스 부문이 대표적이다. 헬스앤웰니스 테마를 이끄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올해 1분기 매출 207억 원, 순이익 320억 원의 흑자를 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상위 10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내 메가플랜트 조성과 시러큐스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롯데헬스케어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회사는 고객이 동의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헬스케어와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종합적인 상품·서비스를 판매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개발해 왔고, 오는 8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DB

모빌리티도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영역이다.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투자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롯데정보통신과 롯데건설, 롯데렌탈은 롯데컨소시엄을 구성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UAM 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건설은 최근 UAM 인프라 전문 기업인 스카이포츠와 국내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3사는 버티포트 부지 선정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기획하고 있으며, 추후 관련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의 경우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 이브이시스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이브이시스는 초급속(350kW)·급속(100kW)·중급속(30kW)·완속(7kW/11kW) 충전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기 풀 라인업에 대한 유럽 CE 인증 획득했으며 미국 UL 인증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는 2025년까지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주요 도심지 주차장에 급속·중급속 위주의 이브이시스 충전기 1만3000기 이상을 설치할 방침이다.

롯데 화학군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지속 모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 에너지 6조 원, 배터리 소재 7조 원, 플라스틱 리사이클 1조 원 등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화학군은 지난 1년간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 적극 나섰으며, 동박 생산 1위 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재계는 롯데그룹이 육성하고 있는 신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차별화 포인트 도출에 실패, 경쟁이 치열한 신사업 영역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한다면, 자칫 그룹 경영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시기적절하고 과감한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롯데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자산 총액 129조6570억 원인 롯데그룹은 13년 만에 재계 5위 자리를 포스코(132조660억 원)에 내준 상태다. 기존 주축 사업인 유통과 화학이 경기 침체와 시장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존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신사업 영역에서 성공 사례를 쌓아야 그룹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순위가 밀린 이유로 롯데의 사업 다각화 속도가 느린 점이 꼽혔다"며 "신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이를 통해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어야 전 부문에 걸쳐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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