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값→원가율→분양가→미분양 '악순환'
시멘트·철강업계 "전기세 상승 부담 커"
건설사 "수익 급감한 작년 이어 악재 지속"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넉 달여 만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확정되면서 건설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멘트와 철근 등 건자재 업계가 납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나서면 시공 원가율 상승과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전력은 올 2분기(4~6월) 적용 대상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률은 현재 요금 대비 5.3% 수준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는 작년 12.5% 인상에 이어 올 1분기 24.95% 올랐다. 이번 2분기 전기료 인상까지 포함하면 지난 2021년 기준 전기요금과 비교해 50% 가량 치솟았다.
전기료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시멘트 업계와 철강업계에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A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더팩트>에 "시멘트 원료를 녹이는 킬른(소성로)은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는 데 지난 1분기에는 시설보수 기간과 전기요금 인상이 맞물리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며 "최근 요금 인상 이후 업계에선 결국 판매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시멘트의 주원료인 유연탄(30%)과 함께 전기요금은 제조 원가의 약 25%가량을 차지한다. 연초부터 정부가 전기세 인상에 나선 가운데 업계 1위 쌍용C&E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매출을 30.6% 늘렸지만 영업손실 17억 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다른 주요 건설 자재인 철강사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대폭 줄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1월 말 컨퍼런스콜에서 1kWh당 1원만 올라도 100억 원 가량의 비용 상승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상으로 한 업체당 수백억 원의 추가 부담이 더해진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혜택이 마련 되더라도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B철강사 관계자는 "원가가 높아지면 제품 가격은 올릴 수 밖에 없고 최근 실적 하락 폭도 커지는 분위기여서 납품가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시멘트·철근 가격 등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자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 1분기에 시공 원가율 상승으로 상당수 건설사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는데 올해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청약업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시멘트와 철근값이 오르면 레미콘·운송·시공 등 각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종 분양가가 대폭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일정을 대거 미뤘지만 고분양가 논란과 미분양 증가세가 여전해 추후 시공원가가 치솟아도 분양가를 마음 놓고 올릴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원가율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영업이익의 추가 하락을 지켜봐야만 할 수 있다는 견해마저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작년에 철근·시멘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원가 비중이 높아졌고 대부분 기업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수익성은 급감하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적어도 3분기까지는 분양을 거의 안할 예정이지만 추후에도 미분양 가능성이 클 경우, 자재값 인상 폭의 일부만 분양가에 녹이고 나머지는 떠안고 가야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1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시공 원가율을 보면 현대건설 93.7%, DL이앤씨 89.5%, GS건설 90.1%, 대우건설 89.0% 등으로 2~3년 전보다 약 10~20% 높아졌다. 또 KCC건설과 SGC이테크건설, 신세계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의 지난해 원가율은 각각 97%, 94%로 치솟았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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