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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배치 갈등, 공장 이전 가능성…한국타이어 끊이지 않는 잡음

  • 경제 | 2023-05-17 00:00

한국타이어 공장 이전 가능성 거론
전환 배치·희망 퇴직 관련 노조와 갈등
사태 수습해야 할 조현범 회장 부재


대형화재로 주변 주거지와 농가 등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주변 아파트를 뒤덮는 모습. /박헌우 기자
대형화재로 주변 주거지와 농가 등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주변 아파트를 뒤덮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공장 화재로 제품 판매에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최근에는 대전공장 인력의 전환 배치, 희망 퇴직 문제로 노조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나아가 주변 주거지와 농가 등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이전 논의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러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조현범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이전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15일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공장 문제는 이전과 존치 등 경우의 수를 살피고 신탄진 지역과 대전시 전체 관점에서 대안을 사전에 협의하라"고 주문한 뒤 해당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최충규 대덕구청장도 지난달 대전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공장 이전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활섭(국민의힘·대덕구2) 대전시의원 역시 지난 3월 말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한국타이어 공장 이전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장 이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건 지난 3월 대형화재를 포함해 한국타이어 내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2014년 9월에도 불이 나 1공장 물류창고 내부와 18만3000여 개 타이어 제품이 탔고, 소방서 추산 66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 2006년에는 작업동 옥상에 불이나 집진시설 등이 타기도 했다. 지난 3월 화재의 경우 2공장 내부 전체와 물류창고 안에 보관돼 있던 타이어 제품 21만개를 모두 태운 뒤 58시간 만에 진압됐고, 이 불로 주변 주거지, 농가 등에서 2000건이 넘는 피해가 접수됐다.

<더팩트> 취재 결과, 3월 대형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19일에도 내부 추가 화재가 발생했다. 대전1공장 정련공정 설비에 불이 붙었고, 다행히 야간 근무 중인 직원이 발견해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제품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공장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굉장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할 말이 없다"며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지회 측이 "대전시가 잘 관리·감독해 더 이상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문제다. 공장 이전은 말도 안 된다. 주변 상권도 고려해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러 사태를 수습해야 할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사진은 지난 3월 조현범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여러 사태를 수습해야 할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사진은 지난 3월 조현범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현재 한국타이어는 공장 이전 문제 외 여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화재로 생산을 중단한 대전공장의 재가동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올해 1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51.5% 늘어난 190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표정이 어두운 건 대전공장 화재 여파가 본격 반영되는 올해 2분기에는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조와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노조는 대전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전환 배치, 희망 퇴직 접수의 규모와 관련해 회사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관계자는 "당초 직원 800여 명 가운데, 219명에 대해서만 희망 퇴직을 받고, 그 외에는 전환 배치하기로 돼 있었다"며 "현재까지 400명 정도만 전환 배치됐고, 400여 명은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는 회사 측이 시간을 끌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퇴직 인원을 최대한 늘리려는 꼼수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가 2대주주로 있는 자동차 공조 시스템 업체 한온시스템도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한온시스템 노조가 지난달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현재 생산라인 90%가량이 멈춰 섰다.

문제는 한국타이어가 이러한 여러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총수가 자리를 비워 비상 대응을 위한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3월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고, 오는 17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배당금 등의 형태로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조현범 회장은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경영이 부실한 것을 알면서도 지인의 회사에 50억 원의 회삿돈을 빌려주고, 집을 수리하거나 5억 원대 페라리 488피스타 등 외제차를 사는데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한국타이어의 오너 리스크는 장기적으로도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신사업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타이어 측은 조현범 회장 구속 직후 입장문을 통해 "기업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룹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지연 등 신성장 동력 개발의 위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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