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영업익 54%·58%↓···순손실 776억 원
미분양·미입주 등 시장 침체 직격탄
대표 디벨로퍼···새 사업 전략 관심 집중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주택 시장 냉각으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수년간 가장 거세게 치고 나와 재계순위 57위까지 올라섰던 국내 1위 디벨로퍼 엠디엠(MDM)그룹은 3년 만에 역성장하면서 66위로 밀려났다.
엠디엠 창업주이자 실질적인 오너로써 20년 가까이 승승장구 해온 문주현 회장이 제시할 경영 돌파구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엠디엠 실적 뚝···자산총액 뒷걸음질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엠디엠그룹 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엠디엠플러스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조 원(연결기준) 이상의 매출과 3000억~4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연평균 10%대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4.6%, 58.1% 줄어 6069억 원, 1754억 원에 그쳤다. 총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만 이다. 특히 작년 당기순손실 776억 원이 발생해 2014년(-46억 원) 이후 8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엠디엠그룹은 지난 2020년 자산총액 5조2560억 원으로 국내 디벨로퍼 가운데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71개사)에서 69번째에 등록됐다. 이듬해에는 자산총액을 6조7950억 원으로 불리면서 57위로 수직 상승해 관심을 더했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66위(자산 6조3920억 원)로 내려앉았다.
엠디엠 뿐만 아니라 국내 디벨로퍼 업계는 지난해 미분양 증가와 개발사업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1분기부터 전국에 걸쳐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고 금리 인상 여파로 최종 미입주마저 늘면서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않았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 자금의 주요 창구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위축되면서 신규 개발이 예년처럼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엠디엠이 업계에서 최근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던 만큼 작년 실적 하락 폭도 대형 디벨로퍼 3사(DS네트웍스·신영·엠디엠) 가운데 가장 가팔랐다.
엠디엠의 경쟁사이자 지난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신영은 부동산 경기 악화 속에서도 자산 규모를 8450억 원 더 늘려 72위(자산총액5조9250억 원)로 3계단 상승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7%, 49.6% 감소한 8051억 원, 483억 원이었다.
또 DS네트웍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6.3%, 16.4% 줄어든 1조2443억 원, 1136억 원으로 집계됐다.
◆ 시장 상황 악화일로···분양업계 "새 전략 오매불망"
엠디엠의 실적 하락은 미분양과 후분양 사업의 실적 인식 지연과 기매입 건물 철거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가치 상실 등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우선 작년 분양 매출이 4384억 원으로 1년 전(1조2581억 원)보다 65.2% 쪼그라들었다.
일례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고 더샵 반포리버파크 등 6개 사업장에서 총 1540억 원의 분양미수금이 나왔다. 또 후분양 사업인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와 '해운대역 푸르지오 더원'에서 지출만 인식된 점과 해운대 그랜드호텔과 부산진구 홈플러스 가야점의 매입·철거 후 인허가 이전 단계에서 일시적인 담보가치 상실도 더해졌다.
일각에선 불과 20여년 만에 장족의 성장을 거둔 문주현 회장의 새로운 경영 전략에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가 IMF 외환 위기 국면이던 1998년 창업해 사업을 일으킨 데다 글로벌 금융대란 직후인 2011년 부동산 위축기에 '선임대 후분양'으로 위기를 타개했고 2012년에는 '토지 리턴제(토지환매조건부 매각)'를 성공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절반 이상 끊기다시피 한 현시장 상황에서 업계는 결국 대형 시행사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엠디엠과 같은 굵직한 디벨로퍼들이 내놓을 위기 타개책과 새로운 시도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회장은 지난 2013년, 호텔형 식사 서비스인 '클럽라운지' 시스템을 오피스텔에 도입했고 2015년에는 '몰세권(Mall 勢圈)'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 분양 시장을 이끌기도 했다.
엠디엠 측은 올해 실적 전망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후분양 사업장 두 곳의 분양 성적이 좋고 기존 미분양 물량도 최근에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기존 매입 후 철거한 대형 건물들이 인허가 받고 가치가 되살아나면 회사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라 올해 회사 실적은 전반적으로 기대해 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문 회장 두 딸 지분 절대적···구도 변화 관심
한편 문 회장은 엠디엠그룹 내에서 매출 규모가 절대적인 엠디엠플러스 지분의 4.76%(작년 공시기준)만 보유 중이다. 이외 95.24%는 장녀인 문현정 씨와 차녀 문초연 씨가 절반씩 나눠 가지고 있다.
그룹 내 또다른 한 축인 엠디엠은 문 회장이 지분의 95%를, 부인 민혜정 씨가 5%를 각각 가지고 있다. 엠디엠은 한국자산신탁(지분율 28.39%), 엠디엠투자운용(100%), 엠스페이스대명PFV(의결권 75.06%) 등을 지배하고 있다.
문현정 씨는 1990년생으로 현재 엠디엠과 엠디엠플러스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회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인 만큼 향후 2세 경영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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