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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알뜰폰 사업 저울질?…득실 따져보니

  • 경제 | 2023-05-04 00:00

농협은행, 오프라인 지점 많고 알뜰폰 고객층 겹쳐
수익성 저조·기존 알뜰폰 사업체와의 갈등은 부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2일 알뜰폰 서비스를 금융법상 금융사의 부수업무에 포함시킨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NH농협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2일 알뜰폰 서비스를 금융법상 금융사의 부수업무에 포함시킨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NH농협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협은행 제공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알뜰폰(MVNO) 빗장이 열리면서 금융권의 통신 사업 진출이 가시화된 가운데 NH농협은행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알뜰폰 시장 진출 시 가장 소득이 클 것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NH농협은행 측은 아직까진 직접 진출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알뜰폰 서비스를 금융법상 금융사의 부수업무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사실상 허가했다. 앞서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4년(기본 2년+연장 2년) 한시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했던 KB국민은행은 이제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 '리브엠'의 정식 승인에 따라 다른 금융사들도 얼마든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알뜰폰은 SKT, KT, LG U+ 등 이동통신망사업자 네트워크를 빌려 이용자에게 자체 브랜드로 통신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NH농협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다른 은행과 알뜰폰 사업자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중에서 가장 많은 1106개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KB국민은행은 857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방을 중심으로 고령의 충성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어촌 어르신들은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아 비싼 요금제보다는 저렴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NH농협은행의 주요 고객층이 겹치고,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에 비해 오프라인 창구도 많다. 농협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다면 큰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NH농협은행은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더팩트 DB
NH농협은행은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더팩트 DB

'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의 규제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

실제 KB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리브M)'은 2020년 139억 원, 2021년 19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물론 당장의 수익보다는 고객 '락인 효과'와 데이터 확보 등 간접적인 효과가 리브M을 지속하는 이유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저조한 수익은 사업을 시작하는 데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의 핵심은 '데이터 확보'다"며 "적자를 감소하면서까지 KB국민은행이 리브엠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에 있다. 신한은행이 배달 사업 '땡겨요'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건전성' 등을 유의 깊게 보고 있는 만큼 신사업 진출은 더욱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금융위가 통신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삼은 것은 최근 일이지만, 사실 지난 몇 년간 다른 은행들도 특례를 통해 충분히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득보단 실이 더 많다고 판단해 진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마찰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를 비롯한 중소 알뜰폰업계는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지정하는 것과 관련 반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KMDA는 측은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면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여러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고, 요금할인과 사은품을 앞세운 '금권 마케팅' 경쟁을 할 것"이라며 "중소 유통업체는 거대 금융기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NH농협은행 측도 아직까지는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제휴서비스 사업 등 간접 진출을 계획 중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직접 진출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 올원뱅크앱에 연계하는 제휴서비스 사업을 올해 중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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