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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수급 불안 여전···건설사, 웃돈 주고 "울며 겨자먹기"

  • 경제 | 2023-05-02 00:00

봄 성수기…공기 걱정에 "웃돈 수급도"
붕괴 사고 후 시멘트 배합비 '상향' 요구↑
"즉각적 생산량 증대 불가…불안정 요인多"


일선 건설현장에서 시멘트 수급 불안이 여전하다. 사진은 수도권 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인 모습. /권한일 기자
일선 건설현장에서 시멘트 수급 불안이 여전하다. 사진은 수도권 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인 모습. /권한일 기자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지난달 시멘트 대란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공급량이 예년대비 30% 정도 줄었어요. 공기 지연 걱정에 레미콘사에 기존 가격보다 10~15% 웃돈 더 주고 수급을 맞춰야하는 실정입니다."(대형건설사 A현장 과장)

"시멘트 생산량이 일정한 상황에서 자금력이 좋은 대형 원청(시공사)은 웃돈 주고 자재 수급을 맞추지만 중소업체들은 그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답답합니다."(중소시공사 B대표)

일선 건설 현장에서 시멘트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자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기존 거래 가격에 웃돈을 얹어서 공급량을 맞추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 성수기로 불리는 봄철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 공급부족과 시공 차질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내내 철근·콘크리트 등 필수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하도급사들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건설업계가 올해는 시멘트 수급 불안으로 원만한 공기(공사기일) 달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 자재값에 시멘트 수급마저…건설현장 1년째 몸살

공기 지연에 대한 손실 우려가 커지자 일부 현장에선 시멘트를 공급하는 레미콘 업체에 최대 15% 가량의 웃돈을 주고 콘크리트 타설 공정에 차질이 없게끔 수급받는 실정이다. 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더 줄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시멘트 공급부족 현상은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 붕괴 사고 후 레미콘에 들어가는 시멘트량을 기존보다 10% 이상 더 높이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고 당시 시멘트가 충분히 굳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고 이때 배합비율도 문제점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레미콘사들이 건설사에 적정한 시멘트 배합비로 납품을 해도 건설사들은 안전성 강화를 내세워 추가 시멘트 배합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건설 경기가 악화되고 자금난에 일부 현장이 멈춰서는 와중에도 시멘트 태부족 사태가 나타나는 것은 시멘트 배합비 증가가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올 1~3월 시멘트 생산량은 1051만톤(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6% 늘었다. 이 기간 수요량은 1043만톤으로 5.7% 증가했다. 수치상 수요 대비 생산량이 더 많았지만 현장에선 공급 부족 호소가 이어진 셈이다.

시멘트 공급 부족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공사현장에서 레미콘 믹서트럭들이 현장 진입을 위해 대기 중인 모습. /권한일 기자
시멘트 공급 부족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공사현장에서 레미콘 믹서트럭들이 현장 진입을 위해 대기 중인 모습. /권한일 기자

통상 연초부터 초봄까지 대형 시멘트 공장의 설비 개보수 일정이 집중되는 데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사태 등으로 일부 공사 현장에서 공정이 지연되면서 겨울철에 공사가 이어져 재고가 바닥난 상태인 점도 시멘트 부족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 시멘트 업계, 복합적인 어려움 호소

건설 현장에서는 하루빨리 시멘트 공급 불균형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고 있지만 당분간 완전한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시멘트 추가 배합 요구는 커졌지만 시멘트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한정돼 있고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과 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멘트 대량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표시멘트·쌍용C&E·한일(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한라시멘트·한국C&T·유니온 등 9개사에 불과하다.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당연히 시멘트 생산량을 늘려 매출을 끌어올리고 싶지만, 생산라인의 확장을 위해선 수년이 소요되고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해 즉각적인 생산량 증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사들이 시멘트 물량 확보를 위해 웃돈까지 지불한다는 지적에 대해 시멘트 업계에선 일부 신규 현장 또는 건설사들과 레미콘 공급사들이 새롭게 계약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용일 수 있지만 기존 거래 관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더팩트>에 "오랜 거래 관계가 형성된 시멘트·레미콘사는 공급 단가를 변경하기 어렵지만 신규 업체는 기존 공급 단가와는 다른 계약 단가를 체결할 수도 있다"면서 "시멘트 업계는 단기간에 계약 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래와 사업 영위를 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시멘트를 납품하는 레미콘 업체 입장에선 조달청 단위 가격이 기준이 되는 공공공사보다는 단가 변동을 유연하게 하는 민수용(민간공사)에 좀더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관련 이슈도 시멘트 생산량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환경 관련 이슈가 커지면서 시멘트 생산 업체들은 탄소 중립과 온실가스 배출 조정을 위한 투자를 늘렸고 이후 현장 수급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로드맵에 맞춰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 기간에는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하고 효율성이 높은 라인 위주로 가동하게 돼 전체적인 생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4~5년간 이어질 환경투자 기간에 수급 불균형 문제는 언제든지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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