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6400억 원…반도체는 4조5800억 원 적자
LG전자 영업익 1조4974억 원…가전 영업익 처음으로 1조 원 넘겨
[더팩트|최문정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이 14년 3개월 만에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악화에 시달리며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에서 4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대비 개선된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부담에서 벗어나 생활 가전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다. 미래 먹거리로 키워 온 전장 사업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역대급' 실적에 기여했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날 각각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63조7500억 원, 영업이익 640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05% 줄었고, 영업이익은 95.47%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0%를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든든히 지탱해 온 반도체 사업(DS) 부문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을 기록했다. DS부문은 1분기 4조5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적자를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DS부문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9% 꺾인 13조7300억 원을 기록했다.
DS부문의 실적 충격은 지난 2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매꿨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사업(DX) 부문은 매출 46조2200억 원, 영업이익 4조210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우려로 전반적인 구매심리가 둔화해 감소했다"며 "DS부문은 수요 감소 영향을 크게 받으며 매출이 감소했지만, DX부문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호조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반대 의미로 '역대급' 실적을 찍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0조4159억 원, 영업이익 1조49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H&A) 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8조217억 원, 영업이익 1조18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LG전자 단일 사업본부가 분기 매출 1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TV 수요 약세로 분기 적자를 낸 HE 사업본부 역시 매출 3조3596억 원, 영업이익 200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신규 먹거리로 키우던 전장(VS) 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2조3865억 원, 영업이익 540억 원을 각각 기록하며 수익성을 입증했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사업 구조와 오퍼레이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워룸 태스크 등의 전사적 노력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반도체와 가전 등 시장 주도권을 쥔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해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시점을 목표로 감산과 투자를 병행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 당시 처음으로 특정 메모리 제품군을 중심으로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감산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줄기 시작해 상반기 고객사 재고가 조정되면 하반기에는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와 관련해 9조8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의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캠퍼스 3기 마감,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비용 등이 집중됐다. 신규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에 지난해(47조8717억 원)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서병훈 삼성전자 IR 담당 부사장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평택 공장 3기와 4기에 투자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반도체 공장을 짓고 양산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만큼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계속해서 기반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트사업의 경우, 지난 2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가 카메라와 전용 칩셋 등을 앞세워 선전한 만큼, 하반기에도 5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해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가전 사업 역시 다양한 기기 간의 연결을 앞세운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사용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전통적인 '상고하저(상반기에는 실적이 좋고, 하반기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를 깨고 판매 채널 확대와 사업 구조 개선을 통해 사시사철 안정적인 실적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169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VS사업본부의 수익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VS사업본부의 수주 잔고는 약 80조 원이다. 제품별 비중은 인포테인먼트 제품이 60% 중반으로 가장 많고, 전기차 부품 20%, 차량용 램프 10% 등이다.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상무는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3년에도 지속적인 신규 수출 확대를 통해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며 "제품별 비중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와 LG 마그나 합작법인(JV) 효과에 힘입어 전기차 부품의 수주 잔고 비중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H&A 사업본부의 경우,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에너지 규제에 대응해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고효율·친환경 제품 수요에 대응하며 신규 시장을 노린다. 또한 초 프리미엄 라인업인 'LG시그니처'를 중심으로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보급형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취한다.
HE사업본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한다. 또한 TV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웹 OS 플랫폼 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로봇(경북 구미 LG퓨쳐파크), 전기차 충전기(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 등이 자체 양산체제를 갖춘 만큼, 신사업 육성에도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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