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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난 단골' 현대차·기아, 프리미엄 이미지 깎일라 '전전긍긍'

  • 경제 | 2023-04-27 00:00

美 청소년 현대차·기아 차량 훔치자 '리콜' 촉구
브랜드 이미지 저하 우려…"무료 업데이트·잠금장치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일부 차종을 훔치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일부 차종을 훔치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량을 훔치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가 성행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보험사들이 차량 보험계약 인수를 거부하거나 17개 주 검찰총장들이 연방 정부에 리콜 명령을 요구하면서 '쉽게 도난당하는 차'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핸들 잠금장치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책임소재를 제조사에 돌리는 것은 과도하기에 연방정부를 상대로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포함안 17개 주와 컬럼비아 지역구(DC) 검찰총장들은 미국 연방정부에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리콜 명령을 촉구했다. 이번 촉구는 지난달 미국 23개 주 검찰총장들이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차종에 대한 도난 방지 조치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어 추가로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 리콜이 진행된다면 2015년 이전 생산된 현대차와 2011년 이전 생산된 기아 모델 총 85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해야 한다.

이처럼 리콜 요구가 나타나는 것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10대들이 스티어링 휠 칼럼에 USB 케이블을 이용, 시동을 걸고 훔치고 SNS에 올리는 '기아 챌린지'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기준 밀워키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모델이 전체 도난 차량의 65%를 차지했고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지역은 38%, LA에서는 2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리콜이 진행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도난당하는 차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결국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세타 GDI엔진 품질이슈와 관련해 2022년 3분기 실적에 현대차, 기아 각각 1조4000억 원, 1조5000억 원의 품질비용을 추가로 반영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타 엔진과 관련해 2017년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고, 2018년~2019년에도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 장착, 미국 집단소송 화해보상금 등의 명목으로 품질비용을 지출했다. 현대차·기아의 세타 GDI엔진 관련 품질비용 누적금액은 양사 합산기준 약 7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차량 도난 문제로 인한 리콜이 발생할 경우, 품질비용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반복되는 품질비용 발생은 구조적인 측면의 수익성 부담요인이 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품질비용 추정에 대한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면서 "차량 고사양화와 전동화, 환경·안전규제 강화, 품질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 증가 등의 제반 환경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이러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일부 차종을 훔치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기아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포착한 모습. /유튜브 채널 'BLOOD ON THE RAZOR WIRE TV' 캡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일부 차종을 훔치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기아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포착한 모습. /유튜브 채널 'BLOOD ON THE RAZOR WIRE TV' 캡처

여기에 미국 보험사들도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보험 인수를 거부하는 일까지 겹치며 시름을 더하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보험사 스테이트 팜과 프로그레시브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 모델의 보험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보험사는 현대차와 기아 일부 모델의 신규 가입과 갱신 계약을 거부하고 있으며, 추가 요율을 적용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실적과 관련해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차종과 더불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같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차량 위주로 판매를 늘린 것이다. 세타엔진 품질이슈를 비롯해 리콜 사태가 지속된다면 믹스 개선 전략이 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해당 차종에 대한 무료 업데이트와 잠금장치를 제공해 대응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차종에 대해 무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차량 도난을 막는 핸들 잠금장치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현대차와 기아 소유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에 책임을 묻는 것이 과도한 처사이며,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연방정부나 주 정부에서 사전에 도난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거나 차량 도난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사안이다"며 ""차량을 훔치는 범죄자들이 잘못한 것을 제조사인 현대차와 기아에 덮어씌우는 것이기에 부당한 처사이며 (현대차와 기아가) 연방정부 등에 좀 더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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