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아파트 임대차계약 10건 중 4건은 '월세'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에서 시작된 월세 선호 현상이 아파트까지 번지고 있다. 전세사기 문제가 확산한데 이어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어 임차인의 전세대출 이자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는 이달 14일 보증금 1억 원, 월세 169만 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익일인 15일에는 같은 단지 동일한 평형 아파트가 6억4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해당 아파트의 월세 계약자는 전세계약에 대한 보증금 차이 5억4000만 원에 대해 3.75%의 금리를 적용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면적 97㎡ 역시 지난달 28일 보증금 3억 원, 월세 330만 원에 신규 계약됐다. 이후 3일 뒤인 31일에는 같은 단지의 동일한 면적 아파트에서 11억7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 월세 임차인은 8억7000만 원의 추가 보증금에 대해 4.5% 금리로 이자를 내는 셈이다. 전세대출금리 하단이 지난해 5∼6%에서 현재 3∼4%로 내렸지만 월세 선호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임차인의 여건에 따라 5%대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금리로 인한 월세 수요는 여전한 것 같다"며 "과거에는 아파트 월세는 임차인이 법인이거나 고소득자 등 드문 거래로 꼽혔는데 최근에는 전세만큼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 비중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반면 월세는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3만82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4197건보다 40.3% 줄었다. 전체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6만5107건에서 전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8.7%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1% 대비 크게 줄었다.
반면 아파트 월세거래 비중은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준전세·준월세) 거래량은 2만6842건으로 전체의 41.3%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아파트 10채 중 4채가 월세 거래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29.7%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1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특히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의 월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분기 아파트 월세거래는 강남구가 3109건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43건에서 22%가량 증가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는 집주인이 가격을 낮춘 매물 위주로만 빠진다"며 "지난해 말부터 월세 낀 거래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이례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통상 서울 도심부와 강남권 등 업무시설이 높은 지역일수록, 또 고가 주택이 밀집할수록 월세 비중이 높다"며 "최근에는 서울 입주물량이 증가하며 전세대출보다는 월세 세입자를 원하는 여건의 임대인과, 전세사기를 걱정하는 임차인이 동시에 늘며 월세거래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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