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카카오페이손보, 사업 로드맵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험 상품 선보일 계획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출범한 지 반년, 금융당국의 보험업 본허가를 획득한 지 1년이 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 당시 기존 보수적 보험시장에서 기존 틀을 뒤흔들 '메기'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카카오페이손보는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계획된 비용 투자'가 발생하는 시기라며 사업 로드맵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험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디지털 보험사로 본인가를 획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4월 카카오페이손보는 보험업 본허가를 획득하고 같은 해 10월 디지털 손보사로 공식 출범했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한 건 카카오가 최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당시 기존 보수적 보험시장에서 기존 틀을 뒤흔들 '메기'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국민 플랫폼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만큼 보험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당시 최세훈 카카오페이손보 대표는 "금융위에서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이 승인된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환경에 맞춰 다양한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이후 금융안심보험을 출시했을 뿐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안심보험은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등 온라인 금융사기와 중고거래 시 자주 발생하는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과 함께 단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안심보험을 선보였고 같은 해 12월 개인 가입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 재출시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가 여행자보험, 운전자보험, 펫보험, 휴대전화 파손보험 등 간편보험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카카오페이손보는 새 보험 출시의 구체적 시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지금은 인력, 시스템,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계획된 비용 투자'가 발생하는 시기이며,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사업 초기에는 일상 속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생활 밀착형 보험을 통해 보험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며 사용자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사업 로드맵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현재 적자수렁에 빠져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261억357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험료 수익은 같은기간 자본(675억8271만 원)의 0.3% 수준인 2억3113만 원이었다. 보험개발원 보험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손보의 금융안심보험 가입 건수는 60건에 불과했고 손해율은 2033.0%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를 비롯한 디지털 손보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원인으로 상품 경쟁력을 꼽는다. 주력 상품인 미니보험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고 저렴한 보험료와 기한이 짧다는 장점이 있으나, 보험료가 낮고 기간이 짧은 점이 자산운용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각 보험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보는 지난해 79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전환을 선언한 하나손해보험도 지난해 70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카카오페이손보와 같은 시기에 데뷔한 신한EZ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도 150억 원이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가 한동안 손익 부문에서 적자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손보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출범 초기에 비교적 큰 투자와 영업비용이 소모되므로, 당장의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손보만의 혁신·성장성이 돋보이는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디지털 손보사들 실적 흐름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도입된 신 회계제도(IFRS17) 전환 이후 매출과 실적 계산식이 바뀌면서 수익성 중심의 상품군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상품의 손해율은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아직 출범한 지 1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사업 기반이나 사업에 대한 업력이 기존 회사들과 차이날 수 밖에 없고 지금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도 "디지털보험사라는 라이센스 자체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고 기존 손해보험사들도 디지털화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므로 특화 상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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