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자회사 재투자 개념…급하진 않을 것"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의 자회사 쌍용레미콘이 매물로 나왔다. 다만, 쌍용C&E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바라는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쌍용레미콘의 원매자를 찾는 중이다. 매각 대상은 쌍용C&E가 보유하고 있는 쌍용레미콘 지분 100%다. 매각가는 5000억 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주관사는 아직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한앤컴퍼니가 삼일PwC와 투자설명서(IM)를 작성했다고 알려지면서 사실상 주관사가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도 들린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2016년 4월 쌍용양회, 지금의 쌍용C&E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한앤컴퍼니의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쌍용양회 지분 46.14%를 약 8837억 원에 사들였다. 이후 유상증자와 구주 매입 등에 총 1조4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지분을 확대했다. 현재 한앤컴퍼니의 쌍용C&E 지분율은 77.68%다.
쌍용C&E의 계열회사인 쌍용레미콘은 1965년 국내 최초로 레미콘 사업을 시작해 2007년 업계 최초로 누적 출하량 1억5000만㎥를 달성한 레미콘 전문 기업이다. 19개의 사업장을 통해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에 레미콘 제품을 공급한다. 지난해 레미콘 사업의 매출 규모는 3798억 원으로, 쌍용C&E 연결기준 매출의 약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쌍용레미콘은 지난해 매출 3924억 원, 영업이익 287억 원, 순이익 184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매출은 11.4%, 영업이익은 80.3%, 순이익은 129% 뛰었다. 쌍용레미콘의 2022년 말 부채비율은 150% 수준으로 전년(158.8%)보다 소폭 개선됐다.
한앤컴퍼니가 쌍용C&E 매출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는 쌍용레미콘 매각에 나선 것은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레미콘 업체의 성장 둔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앤컴퍼니는 쌍용C&E를 종합 환경 사업 구조로 재편하고자 하고 있다.
다만 쌍용레미콘 매각이 한앤컴퍼니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에서 쉬이 이뤄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쌍용레미콘의 현재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구조를 갖고 있긴 하지만 레미콘 수요와 직결되는 착공이 계속해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건설체감경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6.2포인트 하락한 72.2로 집계됐다. CBSI는 100을 기준으로 한 지수로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뜻한다. 100을 넘으면 그 반대 의미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인수한 다른 기업들 매각 또한 애를 먹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21년 1분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한온시스템의 실적과 주가가 쪼그라들며 매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10일 종가는 8370원으로, 지난 2021년 1월 8일 2만200원을 그렸던 것과 견주면 거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
한앤컴퍼니는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매각에도 나선 상태다. 지난해 10월 12일부로 1년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한앤컴퍼니는 최근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간사 회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케이카의 지분은 72.0%다. 그러나 케이카 역시 상장 이후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2021년 12월 10일(4만3200원)과 비교하면 주가(1만4820원)가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레미콘의 경우 어차피 쌍용의 자회사지 않나. 쌍용에 들어가는 재투자 개념의 돈이기 때문에 한앤컴퍼니 측에서는 매각이 속전속결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아쉬울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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