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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면 늦는다" 삼성디스플레이, IT OLED 4.1조 투자 '승부수'

  • 경제 | 2023-04-04 16:50

"투자 시기 놓친 일본 전철 밟아선 안 돼"
초격차 기술로 K디스플레이 주도권 굳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2026년까지 모두 4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2026년까지 모두 4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2026년까지 모두 4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 한발 앞선 투자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국가 간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과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을 열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지난 2015년 한국과 중국에 뒤처진 OLED 경쟁력을 뒤집고자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 등 자국 기업과 민관공통투자펀드가 합작한 OLED 전문기업 'JOLED'를 설립했다. 그러나 JOLED는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난에 시달렸고,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JOLED 홈페이지 캡처
일본은 지난 2015년 한국과 중국에 뒤처진 OLED 경쟁력을 뒤집고자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 등 자국 기업과 민관공통투자펀드가 합작한 OLED 전문기업 'JOLED'를 설립했다. 그러나 JOLED는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난에 시달렸고,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JOLED 홈페이지 캡처

◆ 선제 대응 타이밍 놓친 日 디스플레이…中 맹추격

이번 삼성디스플레이 투자는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LCD 상용화에 성공하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1995년 5세대 LCD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주도권을 잃게 됐다.

반면, 한국은 2001년 5세대 LCD 분야에서 선제 투자를 단행, 2004년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LCD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 6세대와 7세대, 8세대 LCD, OLED에 대한 투자 확대로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7년 동안 세계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추격에 고삐를 당기면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 41.5%로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섰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총투자비의 10% 자금만 보유하고 있어도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2018년 10.5세대 LCD B9 공장의 총투자비 56억 달러 가운데 10%인 5억6000만 달러를 투입해 세계 최대 LCD 공장을 세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전시된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전시된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치킨게임으로 약화된 대형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2년 LCD 생산을 중단하고 자발광 기술인 QD-OLED로 기술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12월 TV용 LCD 패널 국내 생산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 지난해 글로벌 점유율 71%를 기록,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빠른 속도로 점유율·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 뒤처진 OLED 경쟁력을 단숨에 뒤집고자 2015년 일본은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일본 기업과 민관공통투자펀드(INCJ)가 합작한 OLED 전문기업 'JOLED'를 설립했다.

JOLED는 한국 업체들의 기술보다 효율 면에서 뛰어난 '잉크젯프린팅' 기술을 내세웠지만,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난에 시달렸고,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은 JOLED의 실패 원인과 관련해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기술과 경영전략에서 모두 실기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JOLED의 파산은 쇠락한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한다고 보도했다.

JOLED의 파산으로 회생의 기회를 잃은 일본은 결국 2021년 1.9%라는 초라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 사실상 시장 퇴출 수순을 밟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다자경쟁에서 양강구도로 변화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구도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 삼성D "中에 넘어간 韓 디스플레이 영토 탈환할 것"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안팎에서는 초기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갔던 시장 주도권이 이른 시일 내에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배경과 관련해 글로벌 생존을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다자경쟁에서 양강구도로 변화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구도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40인치 대형 LCD TV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2003년 8월 경쟁사와 달리 6세대를 건너뛰고 바로 7세대 LCD 투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전체 LCD 시장과 달리 고전하던 TV용 LCD 시장에서 2005년 20%를 기록하며 샤프(18%)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08년에는 LG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10조 원이 넘은 투자비를 들여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A3'를 구축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생산량을 큰 폭으로 확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통해 LCD가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노트북 시장의 중심 기술을 OLED로 빠르게 전환해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OLED 기술로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디스플레이의 영토를 탈환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규 라인이 완성되는 2026년이면 IT용 OLED를 연간 1000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IT용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5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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