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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 답변에 출입문 통제까지...소액주주 울린 DB하이텍·OCI·한국타이어

  • 경제 | 2023-03-31 00:00

"주주 무시하고 있다" 일부 기업 부적절 태도·불성실 답변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지난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지난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기업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주주들을 향한 몇몇 기업의 부적절한 태도, 불성실한 답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주 권리를 강조하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 실상은 꼭 그렇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DB하이텍과 OCI, 한국타이어가 꼽히고 있다.

◆ DB하이텍, 오너 일가 고액 연봉 지적하자 "우리만 그런 것 아니야"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열린 DB하이텍의 주총에서 회사 측과 주주 간 갈등이 증폭됐다. 회사 측이 반도체 설계 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는 소액주주연대의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분할로 신설한 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의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물적분할 안건은 가결(의결권 있는 주식 찬성 53%·반대 7.3%, 참석 주주 찬성 87.1%·반대 12%)됐다. 문제는 이사회 의장인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경영 현황·계획을 발표하며 "주주의 믿음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도 정작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과의 소통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적분할 관련 질의가 이어졌지만,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주주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물적분할이 확정된 이후에도 주주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았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그의 아들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보수가 문제로 지적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보수로 각각 31억2500만 원, 37억100만 원을 받았는데, 이사 보수 승인 한도가 40억 원 수준임에도 미등기임원인 오너 일가가 70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최창식 부회장은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라 대부분 한국 기업집단이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인해 주총장에서는 잠시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백우석 OCI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에서 첫 번째는 이우현 OCI 부회장. /이성락 기자
백우석 OCI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에서 첫 번째는 이우현 OCI 부회장. /이성락 기자

◆ OCI 주총, 안건 표결 두고 잡음

지난 22일 열린 OCI 주총에서도 분할 안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지적이 나왔다. 존속법인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하는 안건을 놓고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받게 되는 인적분할 이후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이 더 오른다는 점에서 인적분할의 주목적은 '지배력 강화'라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OCI 측의 충분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의장인 백우석 OCI 회장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의도에 대해 "글쎄, 시각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며 부연하지 않았다. 이후 백우석 회장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전문화된 경영진이 각 사업을 전문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인적분할의 이유"라고만 설명했다.

백우석 회장이 표결 없이 인적분할 안건을 처리하려 하자 한 주주는 "반대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인적분할 안건을 표결에 부쳐달라"고 요청했고, 다시 백우석 회장은 "제가 회사 생활하는 동안 표결해본 적이 없다. 표결로 꼭 해야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주주들의 표결 요청이 이어지면서 주총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백우석 회장은 주총 전날까지 이뤄진 전자투표 결과(찬성 79.8%)를 주주에게 보여주며 "이래도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한국타이어 직원이 노조 조합원들로 구성된 주주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전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성락 기자
한국타이어 직원이 노조 조합원들로 구성된 주주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전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성락 기자

◆ '조현범 구속' 지적 부담됐나…한국타이어, 출입문 막고 "5명만 들어가시죠"

지난 29일 열린 한국타이어 주총에서는 회사 측이 주주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타이어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의결권 위임을 받은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 10여 명이 주총장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구속과 대전공장 화재 등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경영진을 대상으로 문제를 공식 제기하려 했지만, 회사 측이 정문을 걸어 잠그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한국타이어 측은 주주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자 "주총장 자리가 부족하다"며 "5명만 들어가시죠"라고 제안했다. 이에 주주들은 "최소한의 주주권도 보장하지 않는, 상식을 초월하는 황당한 일"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고성이 오가는 대치 상황은 20여 분간 이어졌고, 한국타이어는 주총 시작 10분 전에 결국 문을 열었다.

이 주주들은 주총장에서 조현범 회장 구속과 관련해 내부 감사·준법감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이유, 구속된 조현범 회장에 대한 보수 지급 계획, 지난 12일 발생한 대전공장 화재 사고 처리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주총에서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답변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게 주주들의 설명이다.

주총이 끝난 이후에는 해당 주주들과 회사 측 직원의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주의 여러 질문에 대해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당장 답을 하지 않는 대신 추후 서류 형태로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고, 주총이 끝난 뒤 주주들이 이 부분에 대해 회사 측에 재차 문의했지만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다행히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주주들은 "회사 측이 약속을 지킬 것인지 좀 더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타이어는 2019년 조현범 회장 첫 구속 때 윤리 경영, 정도 경영을 외쳤다. 그러나 윤리 경영, 정도 경영은 총수 일가에 적용되지 않았다"며 "조현범 회장이 다시 구속된 것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경영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범 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배당금 등의 형태로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조현범 회장은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경영이 부실한 것을 알면서도 지인의 회사에 50억 원의 회삿돈을 빌려주고, 집을 수리하거나 5억 원대 페라리 488피스타 등 외제차를 사는데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조현범 회장은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7일 구속기소됐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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