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주주행동 지속 방침
[더팩트|윤정원 기자] '1%의 반란'을 예고했던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가 KT&G와의 결전에서 참패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견해가 반영된 것은 분기배당뿐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는 이날의 패배에 굴하지 않고 주주행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8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는 KT&G의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됐다. 당초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돼 있던 주주총회는 예상보다 많은 소액주주들이 찾아오면서 1시간 30분 늦은 11시 30분에 막을 올렸다. KT&G 관계자는 "출석 주식수 및 주주수 집계 등으로 지연됐다"며 "주주제안 측과 공정하고 정확한 의결권 집계를 위해 상호 집계 및 검증을 거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금번 주총에서 다뤄진 안건은 △제36기 재무제표 승인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자기주식 소각 △자기주식 취득 △사외이사 현원 증원 여부 결정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의안 등 도합 34건에 이른다. 다만 주주들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선임' 부분이었다.
해당 안건의 승기는 모두 이사회가 쥐었다. 앞서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5000원의 안건을 제시했고,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각각 주당 1만 원, 7867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출석 주주의 68.1%는 KT&G의 안에 찬성했다. 소액주주는 일반적으로 배당금 확대를 선호하는 만큼 행동주의 펀드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됐으나, FCP와 안다자산운용에 위임된 의결권은 표 대결을 뒤엎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외이사 선임의 건도 KT&G의 추천인인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고윤성 한국외대 교수의 선임으로 결정됐다.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KT&G 사외이사 8명 증원 건 역시 부결돼 사외이사 수는 현행 6명을 유지하게 됐다. 자사주 소각 결정 권한을 확대하는 정관 변경, 자사주 취득 등 FCP의 주주제안 안건도 모두 부결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결속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내비치는 분위기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으로 소액주주들의 표가 갈리면서 도리어 KT&G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는 불만이다. 시총이 끝난 이후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 등에는 "하나만 나오지, 둘이 나와서 표를 깨냐?"는 식의 지적이 잇따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KT&G에 손을 든 국민연금에 대한 볼멘소리도 있다. "회사 주인인 척하더니 다 팔고 나간다"는 식의 불만도 새어 나왔다. 연기금 등은 이날 KT&G 주식 2억5700만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에서 '그나마' 얻은 성과는 분기배당이다. FCP 측이 주장한 분기 배당 신설 건에 대해 참석 주식 중 82.2%가 찬성표를 던졌다. KT&G는 의결에 따라 분기 배당을 시행할 예정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분기 배당에 그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 주주제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주총 직후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만큼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다운용은 아직 행동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들의 협공을 막아낸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은 주총에서 "장기적 관점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와 구성원 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2027년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핵심 사업 분야에 3조 9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백 대표는 "KT&G는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지나 새로운 20년을 시작하는 첫 번째 해를 맞이했다"며 "NGP(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고,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지금은 KT&G가 탑티어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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