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액 상위 10곳 중 4곳, 삼성전자 발주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건설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전국에 공급한 '래미안' 단지는 1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국내 주택공급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아도 그룹 내에서 발주하는 먹거리와 해외사업이 주요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회사가 수주한 굵직한 사업은 삼성그룹 내에서 발주한 사업이다. 도급액 상위 10개 사업지 가운데 4곳은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을 짓는 공사다.
27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가 전국에 분양한 단지는 부산시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 사업지 1곳 뿐이다. 이 단지는 총 4043가구 중 2331가구가 일반에 공급됐다.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래미안' 아파트도 2331가구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회사의 매출액과 시공능력평가를 고려했을 때 미미한 수준의 공급량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조5982억 원이다. 지난해 11조9785억 원의 매출을 올린 업계 2위 현대건설의 경우 전국 33개 단지에서 삼성물산의 10배를 웃도는 2만7433가구(일반분양 2만20가구)를 공급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어지는 건설업계의 아파트 브랜드를 확장 흐름에도 무관심한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DL이앤씨는 'e편한세상'과 '아크로', 포스코이앤씨는 '더샵'과 '오티에르', 롯데건설은 '롯데캐슬'과 '르엘' 등 2개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물산은 '래미안'을 단일 주거 브랜드로 사용 중이다.
정비사업 수주도 시들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 총 1조8686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정비업계에서 역대 최고 수주액을 돌파했던 작년의 업황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 등 6개사는 창사 이래 최대 정비사업 수주고를 올렸다. 특히 현대건설은 1년 동안 총 14개 사업, 수주액 9조3395억 원이라는 업계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자체분양 물량이 거의 없고, 조합이 분양 시점을 결정하며 공급이 1개 단지에 그쳤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자체 분양사업은 거의 없었다"며 "정비사업은 분양 시점을 조합이 결정하기 때문에 조합과 꾸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주택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같이 브랜드 가치, 입지, '클린수주' 여부 등을 고려한 선별적 수주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현재 아파트 브랜드 확장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급이 줄며 래미안의 브랜드 인지도도 저물어가는 추세다. 부동산R114가 실시하는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 결과를 보면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조사가 시작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9년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하다가 2017년부터 GS건설의 '자이'에 자리를 내어줬다. 이후 지난 6년간 브랜드 선호도와 상기도 항목 등에서도 서서히 지분을 내놓으며 과거의 위상을 되찾지 못했다.
주택사업에는 미온적이지만 삼성물산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9년째 지키고 있다. 해외사업과 그룹 내 발주에 따른 대형 사업 수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재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 대다수 사업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의 발주 혹은 해외 플랜트 사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수주총액 83조3006억 원 가운데 주택사업은 8조0384억 원으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나머지 건설사업 도급액 75조2623억 원의 약 37%를 차지하는 27조8700억 원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보험, 호텔신라, 성균관대학교 등 국내 삼성그룹 관계사와 해외법인의 발주분이다.
금액 순으로 보면, 도급액이 가장 큰 상위 10개 사업지 중 △평택 FAB 3기 신축공사(4조6701억 원)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2조4717억 원) △평택 P4 신축공사(2조1676억 원) △평택 P3 Ph.3(1조3000억 원) 등 4곳이 삼성전자 관련 공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룹 내부 전자와 디스플레이 등의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지가 다수 있고,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공장 신축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며 매출이 늘었다"며 "기술 고도화와 반도체 사업의 규모 변화에 따라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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