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문사 잇단 찬성 권고에도 여권 압박에 부담느낀 듯
KT 주주총회 예정대로 31일 진행
[더팩트 | 서재근 기자] KT 차기 대표 내정자인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주총을 목전에 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22일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 사장은 당시 이사진에 "내가 더 버티면 KT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진은 윤 후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KT 측은 "윤 후보에게 사의를 전달받은 일은 없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던 KT는 갑작스러운 윤 사장의 사임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윤 사장 사임이 공식화될 경우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차기 대표 후보 인선을 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이권 카르텔'이라는 쓴소리가 이어진 데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과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까지 KT의 대표이사 선임절차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를 권고하면서 한때 윤 사장의 선임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인스티튜셔널 쉐어홀더 서비스(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윤 사장 선임 안건과 관련해 찬성을 권고하면서 분위가 달라졌다. 소액주주들 역시 포털 사이트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 온라인 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던지며 힘을 보탰다. (2023년 3월 21일 자 <'판 뒤집히나'···KT, ISS·글래스루이스 이어 개미 표심 '윤경림 찬성' 무게> 기사 내용 참조)
업계에서는 윤 사장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의 압박 못지않게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구현모 현 대표와 윤 사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KT의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오는 31일 진행될 예정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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