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족한 교통세를 메우기 위한 조치지만, 유류세 인하를 단번에 종료하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인하폭을 서서히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주유를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정부가 다음달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유류세 인하 폭을 낮춰 부족한 교통세를 메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류세 인하를 단번에 종료할 경우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인하폭을 서서히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지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물가 흐름, 국제유가 안정세, 올해 세수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인하폭을 30%로 확대하고 같은 해 7월부터는 탄력세율을 동원해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올해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로 축소됐으나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서는 아직 37%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2~16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8.3달러로 전주보다 4.3달러 하락했다. 17일 기준으로 보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4.84달러로 일주일 전인 10일(80.23달러)보다 5.39달러 내려갔다.

올해 세수 여건이 빠듯한 점도 유류세 인하폭 축소에 힘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교통세(11조1000억 원)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해 전년보다 5조5000억 원(-33.0%)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 등으로 올해 1월 국세수입(42조9000억 원)이 전년보다 6조8000억 원 감소하는 등 연초부터 세수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유류세 인하 축소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에 유류세 인하를 축소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이 27%에서 25%로 축소되면서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1597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2일 ℓ당 1569원으로 1600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약 4개월 만에 1600원에 근접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축소를 단번에 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줄일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경유와 LPG 부탄 유류세 인하폭을 휘발유에 맞춰 25%로 낮추거나 휘발유·경유·LPG의 인하폭을 20%로 일괄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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