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 54기 정기주주총회…제품·ESG 체험 공간 마련
주가부양안·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등 질의 이어져
[더팩트|최문정 기자] '국민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풍경이 달라졌다. 올해 삼성전자는 행사장에 회사의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주주총회'를 준비했다. 주총 과정에서는 주주들의 회사의 신기술과 경제환경 등을 고려한 날카로운 질문이 오갔다.
삼성전자는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지난 2022년 연말 기준 삼성전자가 581만 명의 주주를 보유한 만큼, 평일 아침이지만 약 300명이 현장에 모였다. 지난해(약 500명)보다는 다소 적은 숫자지만, 주주들은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하거나, 지난 5~14일 시행한 전자표결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했다.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주주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양한 체험공간이다.
삼성전자는 주총장 입구에 '지속가능한 일상'을 테마로 포토존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9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담은 '신환경경영전략'을 소개하는 한편, 주총 참여를 기념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갤럭시S23 포토부스'도 설치했다. 이 공간은 '갤럭시S23' 시리즈의 카메라를 활용해 최근 인기 있는 즉석사진을 찍을 수 있어 가족단위 주주와 젊은 주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태블릿 PC '갤럭시탭'을 활용해 즉석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서비스에도 길게 줄이 늘어섰다.
친환경을 주제로 꾸며진 '에코페키지 체험존'은 어린이 주주들이 직접 미니 키트를 조립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액세서리인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스토어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갤럭시S23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4 등 최신 스마트폰 케이스와 갤럭시워치 스트랩 등의 액세서리를 살펴보기 위해 많은 주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애니메이션 심슨과 포켓몬스터 SF 시리즈 스타워즈 등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현장에서 구매를 결심하는 주주들도 다수 있었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수원 주총장까지 직접 방문한 한 학생 주주는 "다른 주총 현장도 가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형식적이고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삼성전자 주총은 처음인데 다양한 체험 공간 등을 통해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호평했다.
주총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품도 친환경 소재가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주총 안내장 등 인쇄물에 재생지를 이용하고, 주총 의안은 버리기 쉬운 서류봉투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무표백지 종이 가방에 담아서 제공했다. 또 음료 컵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했다.
주주들은 주총 현장에서도 회사의 경영 상황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특히 지난해 대비 크게 떨어진 주가 부양과 배당금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간 9조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주주는 "10만 원 가까이 올라갔을 때 주식을 샀는데 지금 5만 원대로 떨어져 겨우 6만 원 턱걸이하고 있다"며 "주식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지털경험(DX) 부문장 사장은 "지속성장기반 강화와 인수합병(M&A)과 시설투자 확대 등의 추진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속성장과 함께 주주가치도 균형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주주를 달랬다.
삼성전자의 경영 환경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특히 간편결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가 갖는 기술적·전략적 우위를 따져묻는 질문이 관심을 끌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은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삼성페이 전략을 묻는 말에 "삼성페이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 등을 통해 국내에서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매우 넓은 커버리지를 경쟁력 우위로 갖고 있다"며 "온라인 결제처 확대, 신분증, 티켓, 디지털 키 등 삼성페이의 편의기능을 강화해 고객에게 삼성전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국내에 출시한 OLED TV와 관련한 전략 변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국내 OLED TV 도입했다"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OLED를 도입한 이후 회사 목표 판매량 달성했고, 올해 라인업과 판매 지역확대를 통해 전년 대비 판매 확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를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국정농단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아 법정구속됐다. 이후 2021년 8월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올라 출소했고,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았다.
한 부회장은 "이 회장의 등기 임원 선임 건은 구체적으로 검토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낸 주주들은 격려도 이어갔다. 이날 주주들은 삼성전자가 주총 행사장에 마련한 하이페리온(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을 본뜬 응원메시지 월에 회사에 바라는 점과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주주들의 응원은 전자표결 중간중간 소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전자 표결을 도입하고, 주총 현장 생중계 서비스를 지원해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주주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기술을 주주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3건은 모두 무사히 승인됐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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