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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째 방치…조현범 회장 구속에 '성북동 미술관' 운영도 차질?

  • 경제 | 2023-03-12 00:00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소유 '성북동 미술관' 수개월 방치
구속 탓에 향후 개관 더 어려워질 듯
서울시 미술관 '미등록' 상태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미술관은 올해 초 완공됐지만, 수개월째 운영 방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성강현 기자, 더팩트 DB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미술관은 올해 초 완공됐지만, 수개월째 운영 방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성강현 기자,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회삿돈으로 슈퍼카를 구입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결국 구속된 가운데, 그가 올해부터 운영할 것으로 예상됐던 '성북동 미술관'의 개관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현범 회장의 미술관은 수개월째 비어 있는 상태로, 서울시의 미술관 등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조현범 회장의 미술관은 올해 초 이미 완공됐지만, 여전히 활용 방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 전통의 부촌으로 통하는 성북동 주택가 한복판에 덩그러니 외관만 드러낸 상태다. 최소 3개월 이상 문패 없이 빈 건물로 유지되고 있다.

미술관이 지어진 곳은 단독주택이 있던 자리다. 조현범 회장은 10대 시절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470.35㎡ 규모의 해당 단독주택을 증여받았다. 토지 면적은 1198㎡(약 362평)로, 토지 시세만 1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북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21년 성북동 대저택을 철거하고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다. 조현범 회장의 실제 거주지는 한남동 최고가 아파트인 '나인원한남'이다.

구속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은 미술관은 올해 초 완공됐지만, 여전히 활용 방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구속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은 미술관은 올해 초 완공됐지만, 여전히 활용 방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술계와 인연이 없는 조현범 회장이 미술관을 왜 지은 것인지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측에서도 "개인적인 부분이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인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 씨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수연 씨는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미술관이 다 지어진 이후에도 수개월째 운영 방향에 대한 윤곽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건 최근 조현범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술관 건립 자체가 '개인 용도' 성격이 짙은 만큼, 개인의 일신상 이유 또는 심경 변화로 운영 추진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해부터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고초를 겪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지난 9일 구속됐다. 이에 앞으로 미술관을 개관하기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몸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문화 산업에 기여할 경우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들만의 고상한 취미 생활', '품위 유지 수단', 나아가 '비자금 조성' 등 과거 사례에 기반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현범 회장과 같이 개인 비리 관련, 여러 논란을 일으킨 인물일수록 더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어 안 좋게 보려 한다면 왜곡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물론 조현범 회장의 구속과 별개로 미술관이 문패를 달고 개관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미술관 건립에 실제로 이수연 씨의 영향이 컸다면 더더욱 그렇다. 통상 기업인과 연관된 미술관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재벌가 여성이 운영 전반을 책임져왔다.

<더팩트> 취재 결과 성북동 미술관은 아직 서울시에 미술관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시에 미술관으로 등록할 경우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소장하는 작품에 대한 중개, 알선, 매매 등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 미술관 운영 목적이 국민의 문화 향유와 교육 등 공익적인 성격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인 성북동 인근은 대중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유동 인구가 극히 적다는 점에서, 조현범 회장의 미술관이 시 등록 이후 대중에 개방하는 형태로 운영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관 등록은 조현범 회장 선택의 영역이다. 미술관을 시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 현재까지 미등록 상태이지만, 조현범 회장이 추후 등록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시 관계자는 "미술관 등록이 의무는 아니다"며 "등록하지 않고 개인이 운영할 수 있으며, 개방하지 않는다고 시에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구속된 조현범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130억 원가량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현범 회장이 사적으로 빌려줬다고 판단되는 수십억 원에 대해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현범 회장은 비슷한 시기 회삿돈을 집수리,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개인 비리 혐의(횡령)도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포르쉐 타이칸과 페라리 488피스타 등 수억 원대 슈퍼카를 회삿돈으로 구입해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파악한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200억 원대다.

조현범 회장은 또 2014~2017년 한국타이어가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공정거래법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현범 회장 등 오너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현범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 구속 직후 입장 자료를 통해 향후 경영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룹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지연 등 신성장 동력 개발의 위축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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