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7일 윤경림 사장 대표 후보 확정…"명확한 디지코 비전 제시"
정치권 공세에 주총 표결까지 낙관 어려워
[더팩트|최문정 기자] KT 차기 대표 후보가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1월 구현모 대표가 연임 도전을 선언하며 본격 대표이사 찾기에 나선 지 120일 만이다. 윤 후보는 이달 말 주주총회 표결을 통해 대표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지만, 여당 등 정치권에서 KT 내부 출신 대표를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만큼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KT 이사회는 7일 오후 면접을 통해 이사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측은 윤 사장의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과 제휴 협력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디지털전환(DX) 사업 가속화와 인공지능(AI) 기업 혁신 등을 주도할 인재라고 평가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후보는 디지털전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또한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고,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1963년생으로 KT에 3번 입사한 이력이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데이콤에서 통신 관련 경력을 시작해 2006년 KT에 합류했다.
윤 사장은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 미디어본부장, 서비스개발실장 등을 맡아 미디어와 신사업 발굴 성과를 냈다. 이후 CJ그룹으로 옮겨 기획팀과 사업팀장을 역임했다. 2014년에는 KT로 복귀해 미래융합전략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았다가 2019년 현대자동차(현대차)로 이직했고, 2021년 KT에 복귀해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았다.
윤 사장은 구현모 대표가 제시한 개념인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를 이어받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 등의 성과 발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 사장은 2021년 KT 합류 이후 현대차와 CJ ENM 등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모빌리티, 콘텐츠 파트너를 발굴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윤 사장은 현대차와 약 7500억 원 상당의 지분 교환을 실시하며 '혈맹'을 맺었다. KT는 현대차 1.04%, 현대모비스 1.46% 지분을 확보했고, 현대차는 KT 주식의 4.69%, 현대모비스는 KT 주식 3.1%를 각각 갖게 됐다. 양측은 지분 교환을 통해 커넥티비티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CJ ENM의 경우, 지난해 3월 콘텐츠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J ENM은 KT의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인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KT의 '시즌'을 합병하는 성과도 냈다.
윤 사장은 KT 이사회의 만장일치를 통해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일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사장에 대해서는 "구현모 전 대표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자신의 아바타로 출마시키고,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을 2순위로 (후보군에)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8.5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 역시 지난해 12월 구 대표가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되자 이에 반발하며 의결권행사 등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장이 구 대표와 함께 손발을 맞춰온 만큼 이달 말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표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의 KT 대표 후보 보이콧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에 반발한 소액 주주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KT 주주모임' 네이버 카페에는 8일 현재 소액주주 46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정치권 인사가 KT 대표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카페 회원들은 정기 주주총회 전자 표결법을 공유하거나, 대통령실과 국회 방문도 논의하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KT 소액주주 지분율은 57%에 이른다.
윤 사장은 "KT 대표 후보로 선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본인은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해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만큼 한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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