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인터넷은행 대비 고객 접근성 아쉽다는 평가가 많아
빗썸, 농협은행 외 다른 카드 없을 듯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제공을 위한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측은 재계약 관련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빗썸이 농협은행과의 맞손 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현재 빗썸과 실명계좌 제공에 관한 재계약을 맺기 위해 실사·위험성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위험성 평가 등 실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재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현재 계약은 오는 24일 만료된다.
이와 관련 빗썸 관계자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실명계좌 제휴에 대해서는 검토 중에 있으며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고객에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사항은 적시에 공지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빗썸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답을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빗썸이 농협은행과 재계약을 맺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빗썸이 다른 은행권과 계약을 시도했으나 계약 성사에는 어려움을 겪어 농협은행 외에는 별다른 카드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빗썸이 농협 외 다른 은행에 접촉을 했지만 계약 성사 등 구체적인 발전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빗썸이 농협은행 외 다른 은행에 눈을 돌렸던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시중은행인 농협은행은 입출금 계좌 개설부터 한도제한 해지 등이 더욱 까다롭게 진행된다.
실명계좌 등록 초반 농협은행의 경우 기본적으로 계좌 개설부터 어렵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온라인커뮤니티 상에서 한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 고객은 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해 입출금 계좌를 개설할 때 계좌 이용 목적에 '가상자산'을 적었다가 계좌 개설을 거부당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도제한을 해지하는 것도 인터넷은행에 비해 더욱 까다롭다. 한도제한계좌는 신규 입출금 계좌 개설 시 대포통장 개설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과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 한도를 자동화기기 인출 이체 각 30만 원, 창구출금과 인터넷뱅킹 이체 합 10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농협은행 고객이 비대면으로 한도제한을 풀기 위해서는 △고객 등급 '그린' △6개월 이상 일정급여 이상의 급여소득자 △최근 6개월간 가상자산 투자금 입출금 거래 3회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모바일앱을 통한 비대면 입출금 계좌를 튼 고객도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한도제한을 풀기 위해 영업점을 한 번 이상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농협은행 측은 대포통장, 보이스피싱 등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절차라는 설명이지만, 고객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농협은행과의 제휴를 맺어오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은 코인원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해 11월 카카오뱅크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기점으로 일주일 만에 신규 가입자가 약 177%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코인원 누적 거래액은 434조 원, 누적 회원 수는 254만 명이다.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제휴 이후 신규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코인원 측 설명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은 접근성 자체가 다르다"며 "인터넷은행의 경우 계좌 개설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 연동하는 부분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 주고객은 2030세대인데, 기본적으로 이들 중 농협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계좌를 새롭게 개설해야 하는데 신규 계좌 개설과 한도제한 해지가 번거롭고 복잡해 사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 80% 초반대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손을 잡으며 이용 편의성을 높인 것이 한몫했다"고 전했다.
빗썸이 농협은행과의 제휴를 이어가며 고객 접근성을 개선시키지 못할 경우 이를 극복하고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하단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빗썸의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 1월 기준 빗썸의 일일 거래액은 5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하루 거래액은 2489억4043만9528원이다. 같은 시각 업비트의 일일 거래량은 1조1521억3271만985원으로, 양사간 거래액 차이는 4배 이상이 난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법리스크도 부담이다.
빗썸은 지난해 1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시장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정훈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전 의장이 올해 초 열린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최근 빗썸 '실소유주' 강종현 관련 배임·횡령 의혹이 연이어 터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도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오너리스크 등은 회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빗썸이 코인원을 따돌리고 업비트를 쫓기 위해선 고객 접근성뿐만 아니라 사법리스크 등도 털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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