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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후광 완전 소실…'SK증권 늪' 빠진 사모펀드?

  • 경제 | 2023-03-02 00:00

마유크림 소송에 실적난까지 '첩첩산중'
워터브릿지파트너스·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 등 고심


SK증권이 마유크림 관련 소송과 실적난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SK증권과 연관된 사모펀드들의 고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윤정원 기자
SK증권이 마유크림 관련 소송과 실적난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SK증권과 연관된 사모펀드들의 고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윤정원 기자

[더팩트|윤정원 기자] SK증권이 최근 마유크림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 수십억 원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실적도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의 후광이 속된 말로 '약발'을 다 하면서 SK증권의 역량치도 고꾸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앤비코리아 인수에 함께 나섰던 워터브릿지파트너스와 최대주주로 있는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 등 SK증권과 손을 잡았던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 판세 역전…SK증권, 마유크림 소송전 패소

SK증권은 지난달 20일 하나금융투자(現 하나증권)와 애큐온캐피탈, 호반건설, 리노스 등 원고가 항소한 소송에 대한 2심 판결에서 패했다고 공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측이 원고에게 투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마유크림의 레시피권 귀속 주체나 분쟁 유무 등을 고지하지 않아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청구액의 50%인 6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마유크림 소송전은 지난 2015년 7월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더블유에스뷰티를 설립, 마유크림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 지분 100%를 1200억 원에 인수한 게 단초가 됐다. 당시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한 4개사가 LP(유한책임사원)으로서 배팅에 나섰으나 비앤비코리아의 실적은 부진했고, 결국 투자사들은 2018년 6월 SK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돌입했다.

1차전의 승기는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쥐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하나금융투자 외 3인이 SK증권 외 1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모펀드의 GP(무한책임사원)가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은폐하는 등의 행위에 이르지 않는 한 적어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2심에서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SK증권은 불복한다는 견해다. SK증권 측은 "관련 형사사건의 불기소 처분, 민사소송 각 사건의 1심 전부 승소 판결 등에도 1심을 취소한 2심 결론을 납득할 수 없다"며 "2심은 비앤비코리아의 경영난 원인이 한한령으로 인한 중국 수출 감소 등 외부에서 온 점, 이후 비앤비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매각 시 가치가 크게 상승한 점 등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 관계들을 간과 한 채 배상 책임을 일방적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SK증권은 현재 대법원 상고에 나설 채비 중이다. 상고 신청 기한은 이달 3일까지다. SK증권 관계자는 "상고를 검토 중에 있지만 아직 기한이 남은 상황으로, 신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SK증권의 상고 방침에 대해 원고인 하나증권 측 관계자는 "피고 측에서 상고에 나선다면, 법률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SK증권 실적난 지속…신용등급 전망도 하향조정

대법원 공방까지 가게 된 SK증권의 현주소는 녹록지 않다. 우선 증권업황 전반에 드리운 그림자에 더해 자체 경쟁력도 크게 떨어진 실정이다. SK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508억149만 원) 대비 97.1% 감소한 14억6309만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414억3165억 원)보다 96.7% 감소한 13억4859만 원으로 집계됐다. SK증권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증시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국내 자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SK증권의 전망도 다소 부정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SK증권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후순위사채 신용등급 또한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전망 변경 배경으로 △자본규모 정체와 더딘 영업 성장으로 인해 약화된 시장지위 △높은 고정비 부담 지속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 △중‧후순위 부동산금융, 자회사 지원 등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부담 등을 들었다.

여기에 더해 한신평은 지난달 초에도 SK증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예일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고비용구조, 타 사업부문의 낮은 시장지위으로 인하여 본원적인 이익창출력이 저조한 편이며, 최근 급격한 금리상승의 여파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투자중개부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자본 누적이 미미하고 수익성이 부진한 가운데 이어져 온 자회사 및 펀드 투자, 후순위성 부동산 금융은 재무안정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금융환경에서 후순위성 부동산금융 우발부채, PEF 투자 등 위험 익스포져의 건전성 저하, 투자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SK증권은 지난달 20일 지난 2022년 5월 2일 1심 소송 판결을 지연 공시한 데 따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은 상태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의무 규정 7조에 따르면 소송 판결 관련 공시는 소가 제기됐을 당시의 청구 금액이 자기자본의 2.5%(대규모법인 기준)가 넘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SK증권 관계자는 "판결일 기준 2.5%가 넘지 않아 공시를 하지 않았다. 착각이 있었다. 유리한 재판 결과였고, 고의 누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측은 향후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여부와 부과 벌점, 공시위반제재금 등을 결정할 예정다. 만일 부과벌점이 10점 이상이 되는 경우, 지정일 당일 1일 간 주식거래 매매가 정지된다. SK증권 측에서는 이의 신청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의 신청 기간은 2일까지다.

◆ SK 관련 IPO도 실종…사모펀드 속내 복잡해지나

SK증권이 고난의 행군을 지속하자 한켠에서는 SK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SK그룹은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가 지난 2015년 SK와 합병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SK증권 지분 전량을 처분해야했다. 현 최대주주인 제이엔더블유파트너스는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SK증권 지분 매입에 돌입했고, SK증권은 2018년 7월 SK그룹에서의 계열 분리를 확정 지었다. 지난해 9월 기준 제이엔더블유파트너스의 SK증권 보유 지분은 19.44%다.

SK증권은 계열분리 이후에도 SK그룹과의 인연을 토대로 굵직한 IPO(기업공개) 거래에 참여하며 위상을 높여왔다. 2020년 SK바이오팜과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계열사 IPO에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중소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며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SK쉴더스 IPO의 인수회사, 원스토어 IPO의 공동 주관사를 맡았던 것이 연달아 무산됐다.

김예일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IB(기업금융) 부문의 경우 주주 변경 이후에도 SK그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그룹 회사채 발행 및 인수, 단말기 할부채권 등 구조화금융, 그룹사 IPO 주간 등의 거래가 지속됐으나, 최근 금융 시장 환경 속에 수익규모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풀이했다.

SK증권과 한 배를 탄 사모펀드들 입장에서는 SK그룹 후광 효과가 사라진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SK증권은 올해까지만 현 사명을 사용할 수 있다. 신우증권을 시작으로 경신증권, 동방증권 등 상호를 거듭 변경해 온 SK증권은 또 한 번 시작점에 서야 한다. 사명 변경까지는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진척 사안이 있을 법도 하지만 현재 SK증권 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삼가고 있다.

한편, 마유크림 손배 소송으로 SK증권과 고전하고 있는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2014년 8월 설립됐다. 김철주 대표가 회사를 이끌다 2015년 5월 문광명 대표가 합류하며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지난 2018년 4월 문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다시 단독 대표 체제가 됐다.

최대주주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는 장욱제 대표와 크리스토퍼 왕 대표가 2014년 7월 공동으로 출범했다. 사명도 장(J) 대표와 왕(W) 대표의 영문 이니셜을 땄다. 장 대표는 과거 김신 SK증권 대표와 미래에셋증권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앞서 금융권 M&A 시장에서 다소 낯선 사모펀드가 SK증권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을 두고도 이들의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다분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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