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미래 수요 대비 재원 마련 목적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 단기 차입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빌린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실적 감소세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호실적을 기록한 자회사를 통해 재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4일 오후 공시를 통해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밝혔다. 차입 유형은 장기차입금이며 계약 체결일은 16일, 차입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2025년 8월 16일까지다. 차입 금액은 2021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로 이자율은 연 4.60%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자회사를 통한 재원 마련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둔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투자를 당초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급감해 반도체 투자 재원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자회사 차입'이라는 결단을 통해 올해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수요 부진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백길현 유탄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T 시장 전반적인 재고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조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메모리 부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감산 조치 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전체 시설 투자 금액 53조1000억 원의 90% 수준인 47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며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며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여유 현금이 생기면 차입금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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