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수익 회복·건전성 개선 과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재연임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표가 위축된 플랫폼수익 회복과 건전성 개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8.9% 증가한 26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50.8% 성장한 1조6058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한 3532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호실적은 기준금리 상승과 대출 상품 강화가 맞물리면서 이자수익이 대폭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전년 대비 64.6% 증가한 1조2939억 원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2월 야심 차게 선보인 주택담보대출이 10개월 만에 잔액 1조 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했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같은 기간 17%에서 25.4%로 넓힌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말 공개한 개인사업자 뱅킹도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13만 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고 이 기간 신용대출 취급 규모는 5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에 기여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3월 29일 임기가 끝나는 윤호영 대표가 이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재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설립되기 전인 2014년 모기업 카카오에서 모바일뱅크태스크포스팀(TFT) 부사장을 맡아 카카오뱅크 설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카카오뱅크가 설립된 뒤인 2017년 4월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20년 3월 단독대표이사를 맡았다. 1년 뒤인 2021년 3월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축된 플랫폼 수익 회복과 건전성 개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윤호영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플랫폼 수익은 약 813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 급감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253억 원에서 2분기 216억 원, 3분기 194억 원, 4분기 150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수익은 증권계좌개설, 제휴 신용카드 판매, 제2금융권 연계대출의 대가로 발생한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던 이유는 시장이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으로 봤기 때문인데, 카카오뱅크가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워온 플랫폼수익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악화된 건전성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0.49%로, 전년 동기 대비 27bp(1bp=0.01%) 상승했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0.22%에서 지난해 1분기 말 0.26%, 2분기 말 0.33%, 3분기 말 0.36% 등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연체율이 0.13%포인트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지난해 말 0.36%로, 1년 전(0.22%)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목표 주가를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투자 의견도 '매도', '중립', '보유' 등 소극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목표가를 2만 원으로 책정했으며, 현대차증권과 대신증권도 2만7000원의 기존 목표가를 유지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순이자이익은 양호했지만, 비용이 늘어나고 연체율이 상승하며 본격적으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뒷받침과 기저 영향으로 부동산 대출은 다소 증가하겠지만, 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높아질 여지는 다소 제한적이며, 당장에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측은 플랫폼 실적이 올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기에 따른 대출 수요 감소 등을 인해 증권계좌 개설과 연계대출 등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다소 아쉬웠다"면서도 "불확실성과 변동성 높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원 다각화의 초석을 구축한 데 의미가 있으며, 올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의 확장과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올해 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주식 외 유형, 무형의 다양한 투자 상품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 중으로는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자체 라이선스에 기반한 펀드 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카카오뱅크 측은 설명했다.
건전성 관리와 관련해서는 "각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신용정책 등에 반영해 포트폴리오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성장시키고자 한다"며 "또한 전체 여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낮은 담보부대출의 지속적인 취급 확대를 통해 포트폴리오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카카오뱅크만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표이사 후보자 추천을 위해 이사회 내 위원회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표이사 후보자 심사와 추천은 임원추천위원회 내부 일정에 따르며, 이후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업계는 카카오뱅크 임추위가 3월 초께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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