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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논란 의식했나…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 경제 | 2023-02-08 14:52

현대오일뱅크, 취약계층에 100억 원 기부
에쓰오일도 난방비 지원 10억 원 전달
횡재세 부과 논란 속 나눔 행보 눈길


현대오일뱅크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성금 100억 원을 기탁한다. /더팩트 DB
현대오일뱅크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성금 100억 원을 기탁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에 나선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주장이 거세지자 선제적으로 나눔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성금 100억 원을 기탁한다고 8일 밝혔다. 기부금은 한국에너지재단 등을 통해 전국 취약계층에 전달될 예정이다.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저소득, 다가구, 한부모, 장애인, 자립 준비 청년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건강하고 따뜻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쓰오일도 이날 난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10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전국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에너지 취약계층·복지시설의 난방비로 활용된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난방비 부담을 덜고, 따뜻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에쓰오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나눔 경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일제히 나눔 행보에 나선 것을 놓고 횡재세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사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이에 정치권은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난방비 지원금 10억 원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전달했다. /더팩트 DB
에쓰오일은 난방비 지원금 10억 원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전달했다. /더팩트 DB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업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난 정유사, 에너지 기업들이 일부라도 부담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입는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며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또는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34조9550억 원, 영업이익 2조789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8%, 155.1% 급증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호실적에 HD현대는 사상 처음 매출 60조 원을 넘어섰다. 에쓰오일도 매출 42조4460억 원, 영업이익 3조4081억 원의 실적 신기록을 썼다. 전년 대비 각각 54.6%, 59.2% 증가했다.

아직 난방비 지원 소식을 전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 역시 전년 대비 66.6% 증가한 매출 78조569억 원, 129.6% 급증한 영업이익 3조9989억 원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거둔 실적에 따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예고했다. 이미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직원들에게 각각 기본급 1000%,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에너지 문제가 대란으로 번진 상황에 펼쳐진 '성과급 잔치'로 인해 정유사를 향한 시선이 더욱더 차가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난방비 지원 재원 마련을 위해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에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횡재세 도입은 우리나라에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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