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자산증가율·수익성·영업활동 현금흐름 등에서 우위
최윤범 회장 대표 시절부터 실적 개선 뚜렷…회장 성과에 기대 확산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 시절부터 최대 실적을 이끌면서 같은 비철금속을 다루는 영풍과 비교해 자본, 자산증가율, 영업활동 현금흐름 등 대부분의 실적에서 우위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초고속 승진으로 회장 자리에 앉은 최 회장이 '트로이카 사업'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경영권 분쟁의 원인은 '영풍 부진·고려아연 약진'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그룹과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올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일 영풍정밀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총 6만5787주(0.33%)를 373억 원에 사들였다. 영풍정밀은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보유한 회사다.
장씨 일가도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장씨 일가 일원인 장세준 대표가 이끄는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4만5530주(0.23%)를 약 262억 원에 매입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이후 고려아연 계열사들은 최씨 일가가, 다른 전자계열사 등은 장씨 일가가 경영해왔다. 하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강화 행보를 보이면서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풍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장형진 고문 측이 대응에 나서면서 지분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영풍그룹의 부진과 사업 실패가 경영권 분쟁의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영풍과 고려아연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고려아연의 영풍 대비 연평균성장률이 최대 10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은 지난 2013년 이후 2021년 8년간 개별 기준으로 매출액은 1조5428억 원에서 1조3345억 원으로 26.6% 증가했지만, 고려아연은 같은 기간 4조2324억 원에서 7조1625억 원으로 69.2% 늘었다. 영풍보다 3배 더 높은 성장세다.
특히 최근 3년인 2019년 이후에는 영풍이 1% 가량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고려아연은 37.2% 증가하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자본과 자산증가율에서도 비슷한 격차를 보였다. 영풍의 자본 규모는 지난 2013년 1조5758억 원에서 2021년 말 1조8172억 원으로 19.0% 늘었다. 고려아연의 자본은 같은 기간 4조 1771억 원에서 7조1606억 원으로 85.1% 증가하며 4배 이상 차이를 벌렸다. 자산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영풍은 1조9801억 원에서 2조5598억 원으로 33.0% 증가한 반면 고려아연은 4조6907억 원에서 8조3212억 원으로 103.9% 늘었다.
특히, 영풍의 매출은 그룹 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 비율이 고려아연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21년 결산기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풍은 국내 매출액 6794억 원 중 1801억 원인 26.5%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지만, 반면 고려아연은 국내 매출액 2조4945억 원 중 421억 원인 1.7%만이 그룹 내 내부거래 매출액이었다.
영풍은 국내 매출액의 24.2%(1646억 원)를 계열사 중 고려아연과의 거래에 의존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의 매출액 880억 원으로 1% 이하다. 사실상 고려아연이 영풍을 도와주는 그림이다.
경영 안정과 재무 측면에서도 고려아연이 월등하다. 영풍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5%지만 고려아연은 23.7%로 절반 수준이다. 영풍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 2013년 889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193억 원으로 7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은 2013년 6992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1조1886억 원으로 70% 이상 상승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사모펀드의 공격이 없이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나타나는 경우는 대부분 기존에 해오던 사업이 부진하고 실적이 안좋을 때 나타난다"면서 "특히 한 쪽에서 경영실적이 매우 좋은 경우 우호세력을 등에 업고 분쟁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최윤범 실력은 이미 검증…'회장 리더십' 시험대
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리더십이 고려아연의 가파른 성장세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성과 격차는 양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재임기간에 따라 더욱 차이가 나타났다. 영풍은 2018년 이후 이강인 사장과 박영민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매출액은 1조4584억 원에서 1조 3345억 원으로 8.5% 감소, 영업이익은 249억 원에서 –728억 원으로 적자전환됐다. 반면 같은 기간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의 업무총괄을 맡은 2019년 이후 2021년 사이 매출액은 3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6.8% 늘었다.
특히 최 회장은 2014년 고려아연의 호주 아연제련소인 SMC 사장 재임 시절 해당 법인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고, 2018년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7000만 달러(약 937억 원)를 기록했다.
고려아연 대표가 된 뒤에도 3년 연속 실적 개선을 이끌며 지난해 매출액 9조9768억 원, 영업이익은 1조961억 원으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혁혁한 공으로 인해 최 회장은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으로, 2020년 부회장으로, 다시 2022년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는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은 3대 신사업을 앞세운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내세웠다. 비철금속 제련기업이란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2차 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사업을 적극 시도해 '퀀텀 점프'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최 회장은 일찌감치 친환경 전환 흐름을 읽고 호주 SMC 사장 때부터 필요 전력 상당 부분을 실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 2020년에는 고려아연이 전 세계 대형 제련소 가운데 최초로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RE100'에 가입을 선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고려아연이 신사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려고 해도 지분 구조상 영풍그룹에 간섭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외부 우호 지분을 적극 늘려야 하는데,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것에 더해 회장으로서의 경영성과를 내고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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