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참전
우리금융 노조, 외부 인사 반대 나서
[더팩트│황원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수장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낙하산 논란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초 NH농협금융 수장에 오른 이석준 회장이 한차례 모피아 인사에 휘말린 데 이어 임종룡 전 위원장까지 외압설 당사자로 거론되면서 금융권에 관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지난 18일 차기 최고경영자(CEO)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내부 출신 6명과 외부 인사 2명 총 8명을 확정했다.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6명이 포함됐다. 외부 출신으로는 임 전 위원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추천됐다.
금융권에서는 내부 출신으론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 외부에선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위원장이 유력하다고 본다. 그간 명확한 입장을 유보해 왔던 임 전 위원장이 지난 24일 차기 회장 후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이 행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태승 회장 사퇴를 두고 금융당국의 외압 논란이 제기된 터라 당국이 임 전 위원장을 이미 점찍어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59년생인 임종룡 전 위원장은 후보 8명 중 유일한 관료 출신이다. 임 전 위원장은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전통 관료 인물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임종룡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주도했고 매각 과정에서 민영화 이후 정부의 불개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25일 "임종룡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우리은행 민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 경영'임을 주장했고 우리은행이 2001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경영간섭'이라고 말했던 인물"이라며 "이런 인사들이 우리금융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당국의 외압 논란이 다시 재점화됐다. 업계에서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 당시 불거졌던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NH농협금융 단독 회장 후보로 추천됐다. 당초 금융업계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앞서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모두 2년 임기 후 1년 더 금융지주를 이끈 사례가 있었고 손 전 회장 임기 동안 NH농협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높은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차기 농협금융 회장에 친정부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석준 회장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로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첫 번째 영입한 인사다.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가 새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친정부 인물을 앉혔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노조는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한다"며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뚫고 취임한 이석준 회장은 지난 2일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해 "제가 안고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압설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 수장 자리에 내부 출신이 발탁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우리금융 회장자리를 두고 다시 관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 역시 임 전 위원장의 회장 입후보에 대해 "차기 회장에는 조직 안정화와 시스템 재정비에 역량을 보여줄 내부 출신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더 이상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관치의 보금자리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미 우리금융은 외부 낙하산이 얼마나 조직 발전에 위해한지 뼈저리게 경험했다"면서 "임직원들의 노고와 기여를 봐서라도 내부 출신을 우리금융 회장에 임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2차 회동을 갖고 이들 중 2∼3명을 추려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하고 이르면 다음 달 단독 후보자를 확정할 전망이다. 내정된 차기 회장 후보는 3월 중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절차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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