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가격 상승 기대에 매수세 몰려
"기준금리 인하 임박하진 않아…신중할 필요"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부진한 증시를 떠난 '동학개미'가 올 들어 1조 원어치 이상 채권을 사들이며 '채권개미'로 변신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가운데 절세 효과도 나타나면서 올해도 매수세가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채권(회사채, 기타 금융채, 국채, 특수채 등)을 21조4000억 원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순매수 규모는 4조5000억 원에 불과했으며 이와 비교하면 351.2% 급증했다.
개인들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다. 올 들어 13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들은 총 1조2315억 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달에 채권개미들이 많이 사들인 채권은 △여전채·캐피탈채 등 기타금융채(4728억 원) △회사채(3979억 원) △국채(1942억 원) 순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선호가 확대된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증시 침체와 신규 채권 이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 기대감 등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발간한 '2022 장외채권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침체로 개인은 안정적인 고금리 채권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면서 채권 순매수가 증가했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발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안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 금리가 시장이 전망하는 최종 금리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연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국채선물 시장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이나 물가 관련 기대감 등이 형성되며 대외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지난해 말보다 투자 환경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이나 기초적인 경기 여건 등 거시적인 요인이 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라고 조언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수요예측은 작년 하반기 발행과 매수가 사라졌던 상황이 한 달 사이 역전되면서 많게는 발행 예정액 대비 10배 주문이 몰리고 있다"며 "연초 발행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크레딧 전반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AA등급 이상 대기업 우량 채권 중심으로 발행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곧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통위는 지난 13일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1월 금통위 이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해 향후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채권 가격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크고 만기가 짧은 고금리 크레딧 위주의 채권투자가 유리하다"면서도 "아직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채 매수를 통한 듀레이션 베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채권은 주식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에 금투세 시행이 2년 유예되면서 올해 들어 채권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또한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회사채 투자를 해도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 매력 또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상 ISA로는 예·적금과 상장주식 등에만 투자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망에 따라 채권에 투자한다면 한발 먼저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이 매수의 적기라는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지금 2%에서 1% 후반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며 "물가 상승률도 정책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에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 금리는 우리 경쟁력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부 자산 중에서 채권을 지금 편입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계 금융자산 중 채권 비중이 2% 밖에 안되기 때문에 자산 배분 차원에서도 채권을 조금 더 가지고 있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