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들어서도 분위기 달라지지 않아
위상 회복 어려움 겪자 변화 필요성 느낀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현 정부 들어서도 위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허창수 회장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경련 부회장단과 식사했고,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허창수 회장의 퇴진을 놓고 매우 이례적인 결단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임기를 고작 한 달 앞두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미 후임자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전경련의 위상 회복에 한계를 느낀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때 전경련은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해왔으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아직 롯데, 한화 등이 회원사로 남아있지만, 문재인 정부 때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전경련 패싱' 굴욕을 겪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요 행사에 초청되더라도 과거의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전경련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비공개 만찬에는 아예 초청받지 못했다. 허창수 회장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에도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전경련이 흔들리는 동안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그 자리를 채운 모습이다.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의 역할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허창수 회장은 2011년 이후 6회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 연임 횟수는 5회다. 2017년, 2019년, 2021년에 거듭 퇴진 의사를 밝혔으나,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연임을 수락해왔다.
허창수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경련은 당분간 혁신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혁신위원회는 신임 회장 추천과 조직 혁신 방안 마련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수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경총과 전경련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손경식 회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르면 통합론 또한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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