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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국세 체납 볼 수 있다" 전세사기 예방에 팔 걷은 정부

  • 경제 | 2023-01-09 00:00

HUG 전세보증보험에 1조 원 재원 ‘줄줄’
임대사업자 주택 절반 이상 '깡통주택'


정부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 예방에 나선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 모습. /이동률 기자
정부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 예방에 나선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피해 지원에 사용되는 나랏돈도 불어나고 있다. 주택가격 조정세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정부도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의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으로 조사됐다. 보증보험 가입 주택 총 70만9026가구 가운데 54%인 38만2991가구가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넘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 18일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보험에 가입된 주택을 집계한 자료다.

부채비율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권 설정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산액을 주택가격으로 나눈 수치다.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대출이 없더라도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더라도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한다. 그러나 최근 빌라를 1000채 이상 보유한 '빌라왕'처럼 임대인이 사망하거나 도산·잠적하면 HUG가 손실을 보게 된다.

유사한 사례가 급증하며 정부 재원 지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HUG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9241억 원에 이른다. 2021년 5040억 원보다 83.4% 급증한 수치다. 공기업인 HUG는 정부의 출자로 자본을 확충해 운영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며 살고있는 집이 깡통주택이 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세입자의 전세대출도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함께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높이거나, 은행권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결국 정부의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의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으로 조사됐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 18일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임대차계약이 이뤄진 주택 54%가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웃돌았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모습. /더팩트 DB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의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으로 조사됐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 18일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임대차계약이 이뤄진 주택 54%가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웃돌았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모습. /더팩트 DB

이에 정부도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는 4월부터 전세 세입자들이 집주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별도의 동의 절차 없이 직접 집주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인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일정 금액이 넘는 국세 체납분은 최우선 변제금으로 설정돼 있다. 이에 집주인은 전세금보다 국세를 먼저 반환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체납 국세가 5000만 원 이상일 때, 수도권 일부 지역은 4300만 원 이상일 때 등으로 차등 적용돼 있다.

정부는 서울은 보증금이 5000만 원 이상, 기타 지역은 약 2000만 원 이상인 경우 집주인의 체납액을 열람하도록 할 예정이다. 임차인은 집주인의 국세가 일정 이상 체납된 경우 전세 계약을 피함으로써 향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국토부도 지난 6일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자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법률전문가, 공인중개사, 학계 등으로 구성된 13명의 민간자문단을 꾸렸다. 자문단과 함께 전세사기 범죄 예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향후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면 전세금 미반환 문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20% 하락하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체 전세 계약 중 12.5%는 깡통전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도 전세보증금이 40% 하락할 경우 전국의 임대차계약 집주인의 10.9%가 금융자산 처분이나 대출을 통해 전세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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