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선임 '이변' 속출
계열사 인사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2022년 신한·KB·우리·하나·NH농협 등 금융사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금융권 수장들의 지각변동이 심한 해였지만, 각 금융지주별로 인사 색깔을 달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계열사 인사의 초점은 안정과 위기관리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동시에 위기관리와 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들을 계열사 수장으로 배치했다.
◆신한금융, 50대 전진 배치로 '세대교체'
먼저 신한금융지주의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내정됐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내정자가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서 신한은행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그룹 내부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결집시키는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조용병 현 회장이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고려해 용퇴를 결정한 가운데 이뤄진 판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수장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자회사 CEO(최고경영자)들도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특히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은행, 카드, 보험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을 모두 50대로 전진배치 시켰다.
먼저 신한은행장에는 1966년생의 한용구 신한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30일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한 행장은 1991년 신한은행 입행 뒤 지점 및 인사부, 고객지원부, 연금사업부 등을 거쳤으며, 지난 2019년부터 신한금융지주에서 원신한전략팀 본부장을 거쳤고 이후 신한금융투자 경영지원그룹 부사장을 역임했다.
신한카드를 이끌 수장에는 1968년생의 문동권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이 추천됐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2009년 통합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카드사 내부이자 LG카드 출신 CEO를 배출하게 됐다.
신한라이프 사장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을 이끌어낸 이영종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 부행장 겸 신한라이프 부사장이, 신한자산신탁 사장에는 부동산금융 분야 경험이 풍부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부사장이 추천됐다.
◆KB금융, 변화보단 안정 택했다
KB금융그룹의 연말 인사는 신한금융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KB금융은 지난 15일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중 KB증권·KB손해보험·KB자산운용·KB캐피탈·KB부동산신탁·KB인베스트먼트·KB신용정보 등 7개 계열사의 대표들을 유임시켰다. KB데이타시스템 대표만 김명원 현 KB국민카드 IT서비스그룹장 전무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KB금융이 각종 불안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성과가 검증된 인물들을 재신임함으로써 '안정'에 무게추를 두고 조직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량과 성과가 검증된 CEO들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1년 후엔 KB금융 내 대대적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추위에서 재추천된 대표들의 임기를 1년으로 해 내년 11월 말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 시기와 맞췄다는 해석이다.
◆함영주號 하나금융, '통합'에 방점
올해 함영주 체제로 첫발을 디딘 하나금융의 이번 인사는 '통합'에 중점을 두는 한편 전략적인 위기관리에 힘을 실었다.
하나은행장에 외환은행 출신의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내정하면서, 하나와 외환은행의 화학적 통합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승열 내정자가 그룹내에서 '재무·영업' 통으로 꼽힌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룹임추위도 이승열 내정자의 전략적 방향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전 조직 구성원들과의 소통, 특히 영업 현장의 의견을 경청해온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외에도 하나증권 사장에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하나카드 사장에는 이호성 하나은행 영업그룹 총괄부행장을 추천하면서 세대교체에도 신경을 썼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3인 부회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책임경영을 통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6일 박성호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후보자, 이은형 부회장 등 3인 부회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박성호 부회장은 디지털 신영역 개척과 신성장 기회발굴을 담당하며, 강성묵 부회장은 그룹 핵심기반사업 부문의 전략적 방향을 수립하고 관계사 경영 지원 역할을 맡는다. 이은형 부회장은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계속 담당한다.
하나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디지털 금융 혁신, 글로벌 위상 제고, 본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며 각 부문을 통해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외풍' 분 농협금융…은행장에 '농협DNA' 심으며 균형 맞췄다
농협금융은 지난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단독 후보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추천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의 무난한 연임을 점쳤지만, 이석준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외풍'이 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으로 초반 정책 작업에서 참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 관련 인물로 꼽힌다.
다만 농협은행장에 '농협인'인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발탁하면서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내정자는 1991년부터 31년간 농협에 몸담으며 굵직한 성과를 낸 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이 내정자는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래 조합구조개선지원부 국장과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 국장 등을 거쳤다. 은행에선 수탁업무센터장, 서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또 연초 중앙회로 돌아가 기획조정본부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동안 농협금융은 전통적으로 관료 출신 수장을 선호하면서도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내부 인사에게 맡겨왔다. 김용환 전 회장 시절엔 이경섭 전 행장이, 김광수 전 회장(현 은행연합회장) 땐 이대훈 전 행장이 각각 이인자로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러한 관행이 올해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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