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100년전 35도가 16도로…소주 알코올 도수 얼마나 더 내려갈까

  • 경제 | 2022-12-31 00:00

소비자 부드러운 목넘김 선호
주류업체 저도수 소주 경쟁


1924년 알코올 도수 35도로 출시된 진로는 내달 16도로 리뉴얼 된다. /더팩트 DB
1924년 알코올 도수 35도로 출시된 진로는 내달 16도로 리뉴얼 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국민 술'로 불리는 진로는 1924년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진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35도였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주력 소주 제품인 '진로이즈백'과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모두 16.5도로 10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낮아졌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 기존 진로이즈백보다 알코올 도수 0.5도 낮춘 16도의 새로운 진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알코올 도수 35도로 시작한 소주는 얼마나 더 내려갈 수 있을까.

◆ 하이트진로 소주 알코올 도수 변천사

1924년 알코올 도수 35도로 출발한 진로는 40년 넘게 독한 술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 오랜 시간 동안 35도 소주가 판매됐다. 알코올 도수가 30도로 낮아진 것은 1965년이다. 정부가 식량 부족을 이유로 양곡을 원료로 하는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하면서 희석식으로 제조방식이 변경됐다. 양곡관리법으로 인해 희석식 소주가 대량생산되면서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진로의 알코올 도수가 25도가 된 것은 1973년이다. 1980년대 소주 소비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 시기 소주는 25도라는 인식이 짙게 깔리게 됐다. '소주=25도'라는 공식이 깨진 건 하이트진로가 1998년 23도 '참이슬'을 출시하면서다. 그동안 진로는 알코올 도수를 긴 시간을 두고 5도씩 내렸는데 참이슬은 1~2도씩 낮추는 잦은 리뉴얼을 단행했다.

연도별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 변경을 보면 1998년 23도, 2004년 21도, 2006년 19.8도(참이슬 클래식 20.1도), 2007년 19.5도, 2012년 19도, 2014년 2월 18.5도, 2014년 11월 17.8도, 2015년 16.9도(부산 한정 출시), 2018년 17.2도, 2019년 17도, 2020년 16.9도, 2021년 16.5도다.

진로이즈백은 2019년 16.9도로 출시돼 지난해 16.5도로 낮아졌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 과당을 첨가하지 않은 '제로 슈거(Zero Sugar)' 진로를 내놓는다. 알코올 도수는 16도로 더 낮아진다.

저도수 소주의 '마지노선'은 몇 도일까. 주류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소주 생산 기술력으로 16도 이하의 저도수 제품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소주 본연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알코올 도수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복숭아, 자몽, 청포도 등 과일 리큐르(알코올음료)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가 더 내려가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참이슬은 1998년 알코올 도수 23도로 출시된 이후 꾸준히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현재 16.5도로 낮아졌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참이슬은 1998년 알코올 도수 23도로 출시된 이후 꾸준히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현재 16.5도로 낮아졌다. /하이트진로 제공

◆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이유

대중들은 기존의 소주 맛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목 넘김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저도수 소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전라남도를 기반으로 한 보해양조는 1992년 알코올 도수를 파격적으로 낮춘 15도 소주 '보해라이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술은 '소주 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다.

두산주류(현 롯데칠성음료)가 2006년 '처음처럼'(알코올 도수 20도)을 출시하면서 하이트진로와 본격적인 저도수 경쟁을 펼쳤다. 주류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알코올 도수가 더 낮은 소주를 만드는데 주력하면서 1년 사이 두 번의 리뉴얼을 단행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9월 알코올 도수 16도의 무가당 소주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해 석 달 동안 누적판매량 2700만 병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에 맞서기 위해 16도 진로를 내달 선보인다.

사회적인 변화도 순한 술 트렌드를 불렀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바람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술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혼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독한 술보다는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순한 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주류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도수 소주를 내놓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주류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주 도수를 낮추면 원재료인 주정(알코올)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류 업계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소주 본연의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또 다른 재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생산 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jangb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