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PB상품·캐릭터빵 열풍
[더팩트|이중삼 기자] 올 한해 유통·식품업계가 꼽은 인기 상품은 무엇일까. <더팩트>는 올해 업계의 전반적인 동향을 살펴보고 업계를 관통했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큰 주목을 받은 상품들을 정리해봤다.
2022년 유통·식품업계는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작별하면서 경기 회복을 고대했지만 '3고(高) 시대'(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유통업계 최대 핫이슈로 '소비심리 악화'가 1위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며 유통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불황에 유통업계가 선택한 방법은 '자체 브랜드 상품'(PB) 강화였다. '화난 물가'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업계는 고물가 시대 합리적인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는 PB상품 강화에 나섰다. 대형마트·편의점업계는 PB상품의 약진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에 주목했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알뜰소비족'까지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를 반영하듯 소비자들이 일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마트에 따르면 PB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1.7%에서 지난해 13.8%로, 올해 10월 말까지는 17.6%까지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노브랜드 '굿모닝 밀크'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5%나 치솟았다.
◆ 2022년 유통업계 'PB상품', 식품업계 '캐릭터빵'
롯데마트는 지난 10월 리론칭한 가정간편식(HMR) PB 브랜드 '요리하다'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와 롯데온에서 운영하는 롯데마트몰에서도 각각 90%, 50% 가량 매출이 늘었다. 특히 새롭게 출시한 아메리칸 차이니즈 콘셉트의 △쿵파오 치킨 △새콤바삭 유린기 △만다린 오렌지 치킨 등 3개 제품은 5만개 이상 판매돼 '냉동 치킨' 카테고리 판매량 5위권 내에 안착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우수한 품질과 차별화된 맛으로 국내 대표 간편식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밀키트와 HMR을 선보이는 '홈플러스시그니처 홈밀'의 올해 매출이 231% 급증했다. 홈플러스는 간편하면서도 제대로 된 한 끼 요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연중 저가로 판매하는 '물가안정 365'도 인기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시그니처 국산콩 두부기획'의 경우 매출이 55% 신장했고 '홈플러스시그니처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 매출은 204%나 껑충 뛰었다. 이 외에 '홈플러스시그니처 1A우유'를 포함한 PB우유 5종의 매출도 45%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먹거리 물가가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맛성비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PB 브랜드 '피코크'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 밀키트는 2020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2.5배 증가했고 올해 매출은 11% 늘었다. 특히 △피코크 감바스 알아히요 △피코크 밀푀유 나베 △피코크 의정부식 부대찌개 △피코크 도우룸 까르보나라 파스타 △피코크 푸짐한 알탕이 매출 1~5위로 집계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 밀키트는 지난해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견조하게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업계도 PB상품 강화로 매출이 신장했다. CU는 지난해 3월부터 '헤이루 득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득템 시리즈는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CU에 따르면 지난 1월 선보인 '계란득템'(15구)은 계란 전체 상품 중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김치득템'(1.9kg)과 '우유득템'(1.8L)도 출시 이후 동일 용량의 상품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 연세대 연세우유와 손잡고 출시한 '크림빵 시리즈'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900만개를 돌파하며 크림빵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유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PB상품인 헤이루 흰우유와 매일유업 저지방우유를 삼성카드로 결제하면 즉시 30% 할인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6월 '굿민'을 론칭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굿민 상품의 매출이 4~10배 증가했다. 특히 △달걀 △두부 △콩나물 △삼겹살 등은 동일 카테고리 내 매출 1위·2위를 달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향후 우유를 비롯한 관련 상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민생 시리즈)와 GS25(실속 시리즈)도 PB상품을 내세운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어떤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을까. 올해 업계에서 단 하나의 제품을 선정한다면 단연 '캐릭터빵'이다. 특히 SPC삼립의 '포켓몬빵'은 지난 2월 출시 이후 '오픈런'(개점 전에 줄을 서는 것) 현상을 일으키며 40여일 만에 1000만개 이상 팔렸다. 편의점마다 '포켓몬빵 없습니다' 쪽지를 붙여야 할 정도로 들어오는 즉시 동났고 대형마트 역시 오픈 전부터 해당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다. 포켓몬빵은 지난 6일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국내 양산빵 시장에서 단일 제품이 연 1억개가 판매된 사례는 삼립호빵 이후 처음이다.
포켓몬빵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관련 업계들도 캐릭터빵을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8월 '디지몬빵' 4종을 내놨다. 해당 빵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섰다. GS25도 지난 6월 넥슨과 손잡고 '메이플스토리빵'을 내놨는데 출시 이후 18일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디지몬빵 등 캐릭터빵의 선전은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MZ세대에는 해당 캐릭터 스티커를 수집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며 "기업들이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일반 상품보다 매출이 잘 나오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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