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율 높은 증권사 순으로 위기감 고조
[더팩트|윤정원 기자] 증시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인력 감축 바람이 한창이다. 당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감원 추이가 이어지는 듯했으나 대형사까지 대열에 합류하며 금융권 인력 조정세가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도 불거진다.
◆ 부동산 PF 실적 내리막길…칼바람 부는 중소형 증권사
증권가의 구조조정 러시 물꼬를 튼 건 케이프투자증권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1일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부)와 러서치사업부를 올해 연말까지 유지하고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된 임직원은 약 30명으로, 일부는 부서 폐지에 따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남았거나 계속 근로자인 임직원의 경우 유사 업무로 전환 배치해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중 입사 1년 미만은 월급여 6개월분, 1년 이상∼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 이상∼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을 보상받는 구조다.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조직 체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IT본부가 IT센터로 축소됐고 기획실 내 경영기획팀과 사업기획팀은 하나로 통합됐다.
DGB금융그룹 계열의 하이투자증권 역시 이달 5~8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967년생 이상(56세), 근속연수 20년 이상, 2급 부장급(최소 18년차 이상) 이상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희망퇴직 대상이다. 대상자 규모는 전체 정규직 인원의 50%가량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금은 정년까지 남은 근속연수의 60%에 대해 지급한다. 최대 36개월 급여분을 제공한다. 희망퇴직금과 별도로 생활안정기금을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별도로 지급한다.
다만,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희망퇴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이 약속했던 5년간 고용안정 보장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장기간에 걸친 농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형래 하이투자증권 노조 지부장은 "희망퇴직이란 노사간 합의를 통해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직원들이 자기 의지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내년에 더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걱정했다.
◆ "KB증권, 순수한 희망퇴직이라지만"…인력 조정 기폭제 전망도
여기에 대형사인 KB증권도 2020년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KB증권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희망퇴직 적용 대상자는 1982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정규직원이다. 다만 2017년 1월 1일 이후 입사자와 2023년 임금 피크제 진입 예정자 등은 제외했다. 희망퇴직 조건은 월 급여의 최대 34개월분까지 연령에 따라 지급한다. 별도로 생활지원금과 전직지원금 등을 합해 최대 500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KB증권은 희망퇴직 추진 배경에 대해 "직원의 안정적인 은퇴 설계 지원과 회사의 인력구조 개선 차원"이라며 "이번 희망퇴직은 '순수한 의미의 희망퇴직'으로 본인이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진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노사가 협의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소형사와는 의미가 다른, 내부 인력조정 차원일지라도 금융권 인력 조정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증권사들은 신규 딜 증가에 발맞춰 꾸준히 인력 자원을 강화해왔으나 지금은 시장이 얼어붙었다"면서 "인건비율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전사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벌어진 구조조정은 수익성 둔화에 대응하는 비용 효율화 조치"라며 "당국이 유동성 지원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데다 긴축 기조 완화와 함께 증시가 반등해야 증권 업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내년에는 증권업계를 비롯해 전 산업분야에서 역대급 고용한파가 불어 닥칠 전망이다. 본격적인 경기둔화에 기저효과까지 겹쳐 취업자 증가폭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는 10만 명가량이다. 이는 올해 81만 명 대비 71만 명(-87.6%) 급감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노동연구원 등이 내놓은 내년 취업자 전망치는 각각 9만 명, 8만 명, 8만9000명으로 더욱 비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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