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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재건축 추진위, 정의선 자택 앞 '고성·비방·통행방해' 못한다

  • 경제 | 2022-12-11 11:14

법원, 주택가 시민 불편 볼모 삼은 '민폐 시위' 제동
法 "개인의 주거지 부근서 벌이는 시위, 정당한 권리 아냐"


법원이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 대부분을 인용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우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유튜브 채널 동영상 캡처
법원이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 대부분을 인용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우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유튜브 채널 동영상 캡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무려 한 달째 무분별하게 벌어진 '민폐 시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1일 주택·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9일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사생활의 보호와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 대부분을 금지시켰다.

법원의 결정으로 추진위 측은 정의선 회장 자택 100m 이내에서 마이크, 확성기 등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해 연설, 구호 제창, 음원 재생 등의 방법으로 정의선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 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주장을 방송하거나 노동가요를 재생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정의선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GTX 우회 관련 주장과 이와 유사한 취지의 현수막, 유인물 등도 부착 또는 게시할 수 없다. 같은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행위, 동일한 내용의 현수막 등이 부착된 자동차를 주·정차하거나 운행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또한 정의선 회장 자택 반경 250m 이내 및 은마아파트에서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유인물 등을 게시하고, 피켓 등을 들거나, 현수막 등이 부착된 자동차를 주·정차 및 운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추진위 측은 또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과 은마아파트에 설치한 명예훼손성 표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피켓, 입간판 등은 철거하고, 유사한 표현이 부착된 채 주·정차된 자동차도 수거해야 한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이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자체적 한계가 있다"며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개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의 무분별한 시위에 은아마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의 무분별한 시위에 은아마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동률 기자

추진위 측은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회장의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우회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은마아파트 지하 약 60m 깊이를 관통하는 삼성역에서 양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 공사 계획을 전면 재수정하라는 게 시위의 이유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설명회까지 열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추진위는 고성과 비난, 선정적 현수막 문구 등 주택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단체 행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작 국책사업인 GTX-C 노선 사업의 경우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국토부), 우선협상대상자는 현대건설이다.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하부를 지나는 형태로 계획, 앞서 국토부 사업 발주 이후 지난해 6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협의 주체도 아닌 엉뚱한 대상, 장소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주택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한남동 주택가 주민들에 따르면 추진위 측이 준비한 대형버스에서 내린 수백여 명의 사람들은 재건축 추진위원회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도로에서 행진하며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주택가 곳곳에서 마이크를 쥔 사람의 구령에 따라 "은마 관통 결사반대"를 외치고, "함성"이라는 구호에 맞춰 다 같이 소리를 지르는 행위를 매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무분별한 시위를 두고 은마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주민 커뮤니티에는 "11월 말까지 추진위와 국토부, 시공사가 추가 우회안을 내기로 합의하고, 기한이 남았음에도, 주민 총회를 앞두고 돌연 노조 투쟁 같은 강경 시위를 주택가에서 벌이고 있다"며 "강경 시위가 은마를 위한 것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국토부는 서울시, 강남구청, 한국부동산원, 회계사 및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합동 조사반을 구성해 지난 7일 시위 주체인 추진위 등에 대한 행정감사에 착수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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