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한화證 "과세문제 예민…피해 미리 차단"
개인투자자, '인위적 매수 금지' 두고 불만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내달 1일부터 미국 과세당국이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관련 종목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10% 세금을 원천 징수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관련 종목을 이달까지 매도하지 않으면 과세를 피할 수 없게된 가운데, 일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수 불가' 조치가 나타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이달부터 PTP 관련 종목에 대한 매수를 금지시키는 조치를 시행했다.
PTP는 원유, 가스, 금 등 천연자원이나 부동산 등의 분야에 파트너십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을 뜻한다. 미국의 주요 원자재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주식 200여 종목이 이에 해당한다.
이달이 지나면 미국 관련 규정 변동에 따라 200여 원유·가스·인프라 분야 ETF를 외국인이 팔 경우 매도액의 10%를 원천징수하게 된다. 시세 차익 여부와 관계없이 매도 대금에 과세하며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이 부과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내년부터 비거주인(외국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과세 대상 종목에는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높은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 가스'(티커 BOIL)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숏텀 퓨처스'(UVXY)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블룸버그 내츄럴 가스'(KOLD)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오일'(SCO) 등의 종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에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일제히 자사 홈페이지에 과세 사실을 공지하고 일부 회사는 개별 고객에게 유선으로 알리는 등 매도 권유에 나선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2일 자사 홈페이지에 "과세가 양도차익이 아닌 매도금액임에 유의하라"며 "해당 종목을 보유한 고객 중 매도대금의 10%의 과세를 원하지 않는 고객들은 12월 27일까지 매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관련 종목의 매수 불가에 나선 증권사 측은 과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세금 폭탄을 떠안게 되는 상황을 피하게 하기 위한 처사라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관련 종목 원천징수 시행 예정에 대해 안내하며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12월 1일부터 매수를 제한한다고 미리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타 증권사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관련 종목 매수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이다. SK증권도 앞서 공지한 내용에서 12월 1일부터 매수가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행 일정 등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나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현재는 매수가 가능하나, 해당 팀에서 (내용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발생하지 않은 피해를 예상해 증권사 측이 투자자가 매수할 권리를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PTP 관련 종목에 투자 중인 한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들이 나중에 생길지 모를 항의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 보호를 명목으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아도 과세 공지 시기가 늦어 대처할 시간이 모자랐는데, 이번에는 세금과 관계없이 투자하려던 차에 매수할 자유까지 막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투자자는 "개별 투자자에게 확인하는 방식도 있는데 일괄적으로 매수를 막는 것은 투자자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어떤 증권사는 막고 어떤 곳은 막지 않는 부분에서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과세 문제가 투자자들에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선제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선 것이고, 과세 내용을 몰랐던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 처사"라며 "11월 중 미리 이를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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