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로 사업 축소…엔데믹 이후 적자 탈출은 언제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이 오너 정운호(58) 대표의 복귀에도 회사살림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등 체질개선에 힘썼고,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의 탈출구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를 둘러싼 오너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에 빠져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영업손실은 △2016년 96억 원 △2017년 13억 원 △2018년 32억 원 △2019년 26억 원 △2020년 203억 원 △2021년 38억 원 등이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억3078만 원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이같은 적자행진은 정운호 대표를 둘러싼 오너리스크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승승장구 했던 정 대표는 '도박꾼'에 '뇌물 공여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니면서 회사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2016년 정운호 대표가 물러난 뒤 김창호 전 대표를 시작으로 호종환 전 대표, 곽석간 전 대표가 잇달아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실적을 개선하지 못했다. 2020년 초 만기 출소한 정 대표는 같은 해 3월 회사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과거 원정도박과 법조계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 대표는 출소 석달 여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2022년 9월 기준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율 72.8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 '로드숍 신화'로 불리던 정운호, 오너리스크 이후 체질개선 나서
사실 정운호 대표는 1세대 로드숍 신화로 불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92년 화장품 대리점 사업을 시작으로 화장품 업계에 발을 들였고 2003년 더페이스샵을 론칭해 국내 화장품 업계에 '로드숍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더페이스샵은 설립 2년 만에 '미샤'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정 대표는 창업 2년 만인 2005년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했고, 2009년 LG생활건강에 남은 지분마저 넘기며 1700억 원 정도의 차익을 남겼다.
이후 정운호 대표는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을 인수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며 성공스토리를 이어갔다. 자연주의 콘셉트를 기반으로 등장한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딩젤, 아쿠아 수분크림 등 수많은 히트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2015년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드와 코로나19까지 겹쳤으며 어려운 상황에서 정 대표가 자리를 비운 것이 회사에 큰 리스크로 작용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4년 말 기업공개(IPO)도 시도했지만 정 대표의 구속과 맞물리면서 상장이 불발되기도 했다.
2020년 정운호 대표의 복귀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가 도박·뇌물 등 부도덕한 혐의에 연류된 만큼 기업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너의 불법 행위는 자칫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정운호 대표는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외부에서 손재욱 전무를 신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2020년 말 스타메이크업·스위스인터내셔널·닥터바이오팜 등 3개 자회사도 신규 설립하며 사업다각화도 추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이 2020년 말 설립한 자회사 스타메이크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1억 원, 순손실 200만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제출한 분기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는 스타메이크업·스위스인터내셔널·닥터바이오팜의 매출과 손익이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은 자회사의 업무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화장품 제조 판매 사업 외에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정운호 대표는 2020년 해외사업 재정비에 나섰으나 2012년 미국 하와이와 일본, 2013년 홍콩, 2014년 중국, 2015년 미국 본토에 순차적으로 진출한 해외법인도 오너리스크 촉발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자본잠식 상태인 홍콩, 중국, 미국 등 4개 법인을 철수하고 중국 법인은 1곳으로 통합하는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주요 상권인 명동의 5개 매장 중 3곳을 임시 휴점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즐겨 찾던 명동 상권의 로드숍들은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이에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몇 년간 국내 매장을 정리하고, 일본 등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실제 2018년 629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2020년 439개로 줄었고 현재는 300여 개밖에 남지 않았다.
◆ 네이처리퍼블릭, 신규 점포 개설과 온라인 강화 동시 전략…양날의 검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하철역사 내 매장을 중심으로 국내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7월 기초금액 21억 원 규모의 '화장품 브랜드 전문점 네트워크 상가 임대차' 계약을 공사와 체결했다. 이에 따라 네이처리퍼블릭은 향후 5년간 서울 지하철 6호선 응암역, 7호선 청담역 등 지하철 6·7호선 내 매장 22곳을 운영할 수 있다. 생활용품 판매점 아성다이소 전용으로 자연주의 브랜드 '식물원'을 납품하는 등 판매 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매장 효율화, 해외 진출, 온라인 채널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억3872만 원으로 전년 동기(-5억3338만 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3분기 매출액은 382억 원으로 전년 동기(307억 원) 대비 24.4% 증가했다. 순이익도 1억3966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 매장을 많이 줄인 상태지만 굳건하게 명동에서 계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지하철에 22곳의 매장을 확장하고 오프라인뿐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을 연계해 온라인 판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 전문가들은 신규 점포 개설과 온라인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은 네이처리퍼블릭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종우 연성대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유통의 흐름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처리퍼블릭은 자사몰과 쿠팡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오프라인은 점포 비용이나 판매 사원 비용 등의 지출이 많은 반면 온라인은 자사몰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경비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3분기에는) 온라인 자사몰에서 할인 행사 등을 하면서 오프라인의 고객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일시적으로 흑자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 시키면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흑자가 날지)가 굉장히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 2015년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통해 구명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아 3년 6개월의 징역형이 추가 선고됐다. 2016년에는 법조와 정·관계, 재계까지 연루된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정 대표에게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운호 게이트는 전관예우의 폐해와 온갖 비리로 얽힌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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