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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화물연대 첫 단추 '삐그덕'…車·철강 등 산업계 "오래 못 버텨"

  • 경제 | 2022-11-29 00:00

정부-화물연대, 첫 교섭서 견해차만 확인
'경계→심각' 정부, 위기경보단계 격상 
산업계 "장기화 때 피해 걷잡을 수 없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화물운송 집단거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화물운송 집단거부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갈 길 바쁜 자동차, 철강 업계의 고심도 덩달아 깊어지는 모양새다.

29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약 1시간 50분에 걸쳐 첫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교섭이 결렬됐다.

정부는 같은 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위기 발생 때 정부가 발동하는 위기경보체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육상화물 운송 분야에서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화물운송 집단거부 관련 브리핑에서 "국무회의 의결 시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집행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첫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마치고 가진 브리핑에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가 예상된다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정상적인 운송 보호를 위한 경찰의 신속대응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정부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약 1시간 50분에 걸쳐 화물연대와 첫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교섭이 결렬됐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과 첫 교섭을 마친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세종=임영무 기자
정부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약 1시간 50분에 걸쳐 화물연대와 첫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교섭이 결렬됐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과 첫 교섭을 마친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세종=임영무 기자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사회 재난'으로 규정, 강경 대응을 예고한 이유는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운송거부 4일 동안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반입량은 평소의 28.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예상 손실액 규모는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철강 업계도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수개월째 '출고 적체'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완성차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피해 우려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는 배송센터 직원을 투입해 제작이 완성된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이송하는 '로드 탁송' 체제를 도입,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이미 조립이 끝난 신차를 쌓아 놓을 경우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보니 경우에 따라 100km 이상을 직원이 직접 운행에 옮기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화물운송 집단거부 관련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화물운송 집단거부 관련 브리핑에서 "국무회의 의결 시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집행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영무 기자

완성차 업계는 이미 앞서 6월 8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약 5400대가량 생산이 차질, 2571억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로드탁송에 동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차체·일반 부품은 6만㎞에서 6만2000㎞로, 엔진·동력 전달 부품은 10만㎞에서 10만2000㎞로 보증기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로드탁송에 따른 보증기간 연장 조치 역시 대비책의 일환"이라며 "지속해서 (화물연대 파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합의점을 찾고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완성차, 철강, 정유 등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완성차, 철강, 정유 등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철강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로 직격탄을 맞은 포스코는 현재 제품 출하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이번 파업으로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으로 제품 출하량이 늘어난 광양제철소의 경우 앞서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일평균 1만5000t 규모의 제품이 발이 묶였다.

현대제철 역시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당진과 포항, 울산 등 전국 사업장에서 하루 약 5만t가량의 철강재를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를 향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를 향해 "일방적인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구자열 무역협회장, 손경식 경총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재원 중기중앙회 전무. /이선화 기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피해 우려와 더불어 집단운송거부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산업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백화점, 석유화학, 섬유, 엔지니어링,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전지, 조선해양플랜트, 중견기업, 철강, 체인스토어협회, 대한석유협회 등 16개 단체 연합체인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역시 28일 성명서를 통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 경제위기 속에 공사현장 중단, 물류운송 차질, 국민 생활 불편 등으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운송 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대화에 복귀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첫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한 정부와 화물연대는 오는 30일 두 번째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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