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 말리부 단종·창원공장 스파크 생산 중단
국내 판매차량 전 라인업 SUV…"수익성 높은 차량에 집중"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지엠이 국내에 판매하는 모든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구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꺼내 들었다. 세단 대비 차량의 수익성이 높고, 소비자들이 공간 활용성과 중시하면서 SUV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에 각각 9000억 원, 1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창원공장에서는 경차 '스파크'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쿠페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CUV)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부평1공장에서는 수출 효자 모델인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 집중하고,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 모델을 단종하면서 해당 차종을 생산하던 부평2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한국지엠은 대표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를 출시 1년 만에 단종시키고,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세단 모델을 단종시키면서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를 달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은 △트레일블레이저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콜로라도 등 SUV와 픽업트럭만 남게 됐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9년부터 SUV 판매 비중을 늘려왔다. 당시 한국지엠 사장이던 카허 카젬은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국내 판매 모델의 70%를 SUV로 구성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자료에 따르면 세단의 국내 판매비중은 2015년 58.6%에서 2020년 47.7%로 축소된 반면, RV(Recreational Vehicle, 레저용 차량)는 같은 기간 41.4%에서 52.3%로 확대됐다. 캠핑과 레저 문화가 발달하면서 세단에 비해 차량 공간 활용성이 월등히 좋은 SUV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승용차와 SUV의 프레임이 구분돼 있어, SUV를 따로 개발해야 했기에 개발비용과 가격이 비쌌다"면서 "최근에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단과 해치백, SUV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SUV는 개발 비용과 생산원가는 절감됐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세단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높은 차종 판매에 기반해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고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가 픽업트럭과 SUV 등 수익성이 좋은 내연기관차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면서 동시에 5~10년뒤를 내다보고 전기차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GM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뚜렷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의 타사 대비 부족한 세단 라인업의 제품 경쟁력이 경영 전략 변화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쟁사 대비 성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SUV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준대형 세단 '디 올 뉴 그랜저'는 전 모델보다 높은 가격 책정에도 사전 대기자만 10만90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시장의 경우 소비자들의 눈높이 워낙 높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통하는 세단 모델도 판매가 저조한 경우가 나타난다"면서 "사실상 경쟁사 대비 세단 차량의 상품성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SUV 시장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차량의 완성도가 뛰어나면 세단도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차종의 다양성이 부족한 제작사의 경우 SUV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라고 덧붙였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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