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불복 소송 여부 '관심'
이복현 금감원장, CEO 선임 관련 발언도 논란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한 가운데 금융권에서 낙하산 인사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업계 CEO 선임에 대한 견해도 내놓으며 관치 논란을 야기, 시장의 빈축을 사는 분위기다.
◆ 금융위, 우리금융 손태승에 '문책경고'
최근 금융위원회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을 인정했다. 당시 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결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제20차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등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발견된 위법사항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3월 및 퇴직 임원 문책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많이 어렵긴 하지만 더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편입돼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8~2019년 3577억 원 규모의 라임펀드를 팔았다. 판매 규모는 은행 중에서 가장 많다.
이날 손태승 회장이 받은 문책경고는 향후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5단계로 구분된 금융사 임원제재 중에서 3번째로 높다. 문책경고부터는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돼 원칙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손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지주 회장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사실상 연임은 할 수 없게 됐다.
◆ '낙하산 인사' 의구심…"사외이사 힘 못 쓸 듯"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결정을 다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위기다. 1년 7개월여간 멈춰있던 손태승 회장에 대한 제재안이 결정이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마뜩잖다는 평가다.
이에 손태승 회장을 몰아내고 친정부적인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에 중징계를 확정하고 금융위에 제재안을 송부하며 결정권을 넘긴 바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은행 펀드사태 제재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면서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도 금융사와 연결고리가 있어 금융당국에 대한 정면대응은 어려울 것이다. 이사회에서는 관료 인사가 오더라도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는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확정한다. 이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추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윤인섭 한국기업평가대표(푸본현대생명보험)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 △신요한 전 신영증권 대표(유진프라이빗에쿼티)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 윤석열 캠프 참여 덕 봤나…유재훈 예보 인사 '눈쌀'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 인사와 관련해서도 못마땅한 시선을 이끌어냈다. 유재훈 전 예탁결제원 사장을 예금보험공사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면서다. 예보 사장은 예보의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장의 제청 후 대통령 임명으로 확정된다.
유재훈 사장은 과거 예탁결제원 사장 시절 직원 36명을 부당하게 보임 해제·강등 조치하는 등 '인사 전횡'으로 논란을 빚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및 취업규칙 위반으로 강등당한 직원 두 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당시 예탁원은 유재훈 전 사장 때문에 5억 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유 사장은 근무 기간의 상당일을 해외에 체류하는 등 잦은 출장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예보 노조는 이같은 이유로 유재훈 사장의 결격사유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 유 사장의 첫 출근일부터 저지투쟁에 나선 상태다. 18일에는 노조와 유 사장이 만나는 청문회 형식의 자리까지 마련됐다. 일각에서는 유 사장이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참여해 금융 정책 관련 조언을 한 것과 예보 사장으로 임명된 것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CEO 선임에 대한 견해를 드러낸 점도 눈여겨봄직한 대목이다. 지난 14일 이 금감원장은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사외이사가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사외이사 임기도 과도하게 겹치지 않게 함으로써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 제고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복현 금감원장 해명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분석 팽배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회장 외에도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 이를 두고 시장 한켠에서는 금융당국의 외압의 의도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 금감원장이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했다고 판단할 분이 CEO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한 분이 경영을 하게 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며 "무언의 압력을 통해 법과 원칙에 의한 방어권조차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손태승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소송을 택했을 때 따르는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손 회장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지난 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점도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 금감원장의 언급은 징계 취소 소송을 자제하라는 경고이나 연임 가도에 찬물을 끼얹은 행보라고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압이라든가 특정 임무를 염두에 두고 한 것들은 전혀 아니다"며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든가 향후 선진금융기관으로 도약할 해당 금융기관의 어떤 여러 가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좋은 판단을 하셨으면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한 상태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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