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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특집-혁신이 답이다⑩]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 "전통산업 규제 완화해야"

  • 경제 | 2022-11-15 00:00

"'규제 샌드박스', 근본적인 해결책 될 수 없어"
'규제혁신청(가칭)' 설치 필요성 강조


한국규제학회를 이끄는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한국규제학회를 이끄는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국제 분쟁 등 세계 정세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술·사상적으로 혁신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더팩트>는 창립 20주년 특별 기획 '혁신이 답이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금융‧산업‧제약 바이오 등 경제 전반의 혁신 과제 들을 살펴봤다. 이번 회에서는 한국규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성장률 향상을 위해서는 왜 규제개혁이 필수과제인지 들어봤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만난 양준석 교수는 "규제개혁이라 하면 통상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떠올리지만, 보통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덜어주는 것도 개혁"이라며 인터뷰의 포문을 열었다. 양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해 일반 국민은 생활의 불편함을 덜고, 기업은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 학사를 취득하고, 미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박사를 받은 대표적 경제통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책임연구원·연구위원을 지냈으며, 2003년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에 부임했다. 올해 7월부터는 한국규제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양준석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모델로 삼는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규제 혁신 관련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동률 기자

◆ 신산업, 분류보다는 자유로운 경쟁환경 갖춰야

양 교수는 산업 역동성과 성장의 폭이 큰 신산업과 이미 자리를 잡은 제조업 기반의 전통 산업에 대한 규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의 경우,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펼치며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하고, 전통산업은 기존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며 성장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대륙법의 전통에 놓여있는 한국의 법이나 규제는 신산업도 분류하려 한다"며 "그러나 신산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지금 집중하는 사업이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도 지속될 사업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미국의 플랫폼 기업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온라인 도서 판매 중개업을 주력으로 하던 아마존은 자체 고객 데이터와 클라우드 자산 등을 토대로 현재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게임 기업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들이 메타버스 전환을 선언하는 것도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에 따른 기업의 주력 사업의 변화 양상이다.

양 교수는 "산업이 자유롭게 진화하며 변하는데 섣부르게 규제를 하면 그 진화를 막게 된다"면서 "법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없는 것이 더 낫다. 이것이 '네거티브 규제'(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금지행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허용된다는 의미)의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양준석 교수는 상대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신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이 받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률 기자
양준석 교수는 상대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신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이 받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률 기자

◆ '오늘의 먹거리' 전통산업 규제 완화 시급

양 교수는 전통 산업 규제 완화 역시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오히려 전통 산업은 과거 규제 때문에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신산업은 '내일의 먹거리'가 될 테지만, 일단 '오늘의 먹거리'는 전통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발생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반도체 산업이 거의 마비됐는데, 이 규제 항목이 특별한 상품이나 신상품이 아닌 전통적인 화학물이었다"며 "한국은 과거 화학공장에서 사고가 난 뒤에 관련 규제를 굉장히 엄격하게 바꿨고, 이에 기업들이 일본에서 이를 수입하는 것을 택하게 됐다. 일본 차원에서 보자면 '굴뚝산업'에서 나온 상품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완전히 주저앉혀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2019년 7월부터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실시했다.

양 교수는 최근 전통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규제 분야로 환경 정책을 꼽았다. 양 교수는 "환경 문제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물건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강경책을 밝힌 만큼 전통산업이 마주한 개선과제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 관련 법이나 규제 체제로는 기업들이 순조롭게 최소한의 비용과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친환경 전환이 되기 어려운 것이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양준석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양준석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한계를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동률 기자

◆ "후속책 없는 규제 샌드박스, 규제 완화 대안 아냐"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서는 절충안으로써의 작용은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고, 안전성 등을 검증받는 제도다. 한국은 지난 2019년 1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이후 현재 총 6개 분야(ICT융합·산업융합·혁신금융·규제자유특구·스마트도시·연구개발특구)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양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가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로 후속책을 들었다. 양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는 디자인할 때부터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한계를 갖는다"며 "원래 취지는 처음 2년, 추가로 2년 이렇게 4년 동안 샌드박스 기간을 거치면서 회사의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후속 조치로 법이나 규제가 필요하다면 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 3년 차를 가는 회사들 중에 당장 내후년의 회사에 회사의 운명에 대해 불안해하는 곳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규제 샌드박스를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한국 사회의 관행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는 새로운 산업을 도입할 때 향후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실험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나 공무원 차원에서 책임을 요구하니 사전 심사가 매우 철저해진다"며 "샌드박스를 통과하는 사업은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들뿐이고, 일종의 실험 단계로서의 의미를 많이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학교에 비유하면 A+ 학점을 맞을 학생만 시험을 보게 하는 셈"이라며 "오히려 B학점과 C학점을 받을 것 같은 사업도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하면 나중에 그 산업의 틀을 잡는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지금은 중요치 않아 보이는 산업이지만 나중에는 큰 부가가치를 지닌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에 일단은 잘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준석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모델로 삼는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규제 혁신 관련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동률 기자
양준석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모델로 삼는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규제 혁신 관련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동률 기자

◆ '규제혁신청' 도입 제언…"기관 협업 필요"

양 교수는 사회의 변화와 이에 따른 산업의 역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규제 혁신 관련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행정부에서 시행 중인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의 출범이 불합리한 규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임시기구로서 갖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해석했다. 특히 단기간 성과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규제 혁신 기구를 시스템화해야 한다"면서 "정부 내에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인원을 확보해 관련 기구를 상설화하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고, 가장 강력한 방법은 '규제혁신청(가칭)'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현재 한국규제학회 내에도 규제혁신청 신설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모델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조직"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현재 신규 입법 법안을 검토하는 규제개혁위원회와 상설기관이 같이 있어 협업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입법 기관인 국회에도 사전에 규제를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자체 조직을 갖추고, 행정부 산하의 규제혁신청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규제혁신청이 아무리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결국엔 행정부 산하의 기관이기 때문에 국회의 입법 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며 "따라서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양 기관끼리의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석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모델로 삼는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규제 혁신 관련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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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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