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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뉴삼성' 향방, JY 메시지에 답 있다

  • 경제 | 2022-10-28 00:00

삼성,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승진 발표' 
이재용, 회장 취임날 공판 출석…'사법리스크 여전' 
'이재용 체제' 변화 뚜렷할 것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회장직에 오르면서 'JY 체제' 전환이라는 화룡에 마지막 점이 찍혔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 2년 만이다.

27일 오전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관련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회장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관련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회장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더 나은 미래' 강조한 리더의 '무거운 어깨'

이미 수년 전부터 부친이 유지해 온 삼성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역할과 자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이었지만, 공식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달게 된 만큼 그전까지 얻었던 '명패'들과는 무게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도 새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 발표가 있던 이날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날이자,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사건 공판이 열린 날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수요 둔화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과 현재진행형인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이재용 회장이 던진 메시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회장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와 더불어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날 삼성이 이 같은 대외 분위기를 고려해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한 승진 발표'를 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승진 발표 이후 '뉴삼성' 비전이 한층 구체화하고, 실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지난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승진 발표 이후 '뉴삼성' 비전이 한층 구체화하고, 실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지난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 '검증된 리더십'에 거는 기대

'이재용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 때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이재용 회장의 '검증된 리더십'에 거는 안팎의 기대도 크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직함을 달았을 때부터 삼성의 대내외 굵직한 사안 때마다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위기 극복과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6월 삼성서울병원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 감염 확산세가 거세지자 삼성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을 대표해 서초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치료 환경 개선과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을 공언했다. 이후 다음 해인 2016년 '갤럭시노트7' 결함 이슈 때에도 이재용 회장은 '책임·품질 경영' 일환으로 전량 리콜 결단을 내렸다.

과감한 결단과 통찰은 반도체와 바이오, 전장,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의 대규모 투자 성과로 이어졌다. 이재용 회장은 2017년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를 진두지휘한 데 이어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도쿄로 건너가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1위)와 KDDI(2위) 본사를 방문, 각 회사 경영진과 5G 비즈니스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모색, 5G 통신장비 수주를 따냈다. 이후 2020년 버라이즌과의 7조9000억 원 규모 대규모 5G 장기계약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상을 진척시켰다.

이번 승진 발표 이후 '뉴삼성' 비전이 한층 구체화하고, 실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이재용 회장이 취임사를 대신해 사내게시판에 남긴 메시지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각오가 담겼다.

이재용 회장은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8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고 얘기한 직원이 사진을 요청하자 직원의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남편이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회장은 지난 8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 당시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고 얘기한 직원이 사진을 요청하자 직원의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남편이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제공

◆ 소통 리더십, 조직 문화를 바꾼다

'이재용 체제' 아래 달라질 삼성의 조직문화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사내 메시지에서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격의 없는 행보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이재용 회장의 '현장·소통 경영'은 최근 그 범위가 삼성전자 외에도 다른 계열사까지 확대되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복권 이후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SDS 잠실캠퍼스까지 쉼 없는 릴레이 현장 행보를 이어간 이재용 회장은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구성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사내 워킹맘들과 대화는 올해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한 간담회로 진화했고, 지난 8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방문 때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는 직원의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직접 셀프 사진을 찍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9월 중남미 출장 때에는 삼성전자 멕시코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각각 방문해 추석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가족들과 멀리 떨어진 해외 오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당시 '직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당초 예정에 없던 숙소 방문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이미 수년째 삼성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며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아직 해소해야 할 부담 요인이 남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간의 활동 경험이 '조용한 취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그려질 '뉴삼성'의 비전은 기술에 투자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일하고 싶은 조직과 기업을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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