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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조선업 '킹달러' 혜택 전망서 열외?

  • 경제 | 2022-10-27 00:00

환헤지 비율 낮을수록 실적 개선에 유리한데 '완전 환헤지 정책' 진행
고환율 수혜 제한적…내년 하반기에나 흑자전환 전망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지속하는 고환율 시장이 이어지면서 대표 환율 수혜업종인 조선사들의 흑자전환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에지나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지속하는 고환율 시장이 이어지면서 대표 환율 수혜업종인 조선사들의 흑자전환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에지나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호적인 환율 영향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흑자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을 향한 시장 전망은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외환 변동성 위험을 대비하는 '환헤지' 비중이 낮을 수록 환율 수혜가 높은데, 삼성중공업만 '완전 환헤지 전략'을 진행하면서 수혜가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6.5원 내린 달러당 142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3원 오른 1444원에 개장한 뒤, 이후 1444.2원까지 고점을 높여 지난달 28일에 기록한 장중 연고점(1442.2원)을 16거래일 만에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고환율 시장이 지속되면서 대표적인 환율수혜 업종인 조선사들의 흑자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선사들의 경우 대부분 선박 건조 계약을 달러화로 체결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조선사들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헤지'를 수행하고 있다.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때는 환헤지가 유리하지만, 환율이 상승할 때는 환헤지 비중이 적고 달러 비중이 높을수록 실적 개선세가 높아지게 된다.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매출은 거의 달러화로 발생하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일부 자재대, 경비 등에 한해 약 30% 수준만 달러화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계약금액의 약 70% 이상이 환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 금액에 대한 헤지를 진행한다. 국내 조선 3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통화선도 거래'를 통해 환위험을 헤지하고 있다.

각 사별 사업보고서상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화선도계약액 수주잔고' 비율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43.3%, 대우조선해양은 32.5%의 환헤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실장과 김현준 선임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조선사,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지금보다 10% 상승할 경우, 계약금액의 40%에 대해 환헤지를 수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출액은 6%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4분기와 2023년 1분기의 분기별 매출, 경상 판관비, 엔진부문 매출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환율이 상승 10% 상승하면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했던 시장 전망보다 1개 분기 빠른 시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내년 3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됐지만, 환율 상승분을 반영하게 되면 내년 상반기로 다소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3사의 환헤지 관련 영업외손익 추이 표. /한국신용평가 제공
조선 3사의 환헤지 관련 영업외손익 추이 표. /한국신용평가 제공

반면, 삼성중공업은 모든 수주금액을 100% 환헤지하는 '완전 환헤지 전략'을 추구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지극히 제한적이다. 삼성중공업의 통화선도계약액 수주잔고는 85.5% 수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보다 최대 3배 이상 환헤지 비율이 높다.

보고서는 "삼성중공업은 완전 환헤지를 추구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대비 환헤지 비율이 높으며, 이러한 외환위험관리 전략으로 인해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환율 상승 혜택이 없이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점쳐진다"면서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수주액의 약 30~50%를 헤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외화발생 비용분을 고려하여도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환율 전략에는 정답이 없지만, 삼성중공업처럼 모든 수주금액을 100% 환헤지하는 전략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지금처럼 금리가 상승하고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오히려 환차익에 대한 효과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헤지 전략을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급격한 재무전략 변경은 오히려 회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위험(리스크)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재무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이어가야 하는데, 갑자기 급격한 변화를 주면 (투자자들이) 오히려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기업의 안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는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거기에 맞춰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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