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29만4202건으로 최다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거래가 지난 5년 간 53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중소기업 대상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6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꺾기' 의심거래는 총 92만4143건으로 조사됐다. 금액은 53조6320억 원에 달한다.
'꺾기'란 은행들이 대출을 조건으로 예·적금, 보험,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편법 행위를 말한다.
은행법은 대출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액의 1%를 초과할 경우 꺾기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30일이 지난 후에 가입하는 금융상품은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 실행일 31일부터 60일 사이 다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의 '꺾기' 의심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최근 금리 상승까지 겹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 대출시 '꺾기'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거래를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이 5년 간 29만4202건, 총 20조560억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은 금액 기준으로 국민은행 6조5297억 원(14만8311건), 농협은행 5조3306억 원(3만6884건), 우리은행 4조9308억 원(7만7843건), 신한은행 4조1416억 원(9만6498건), 하나은행 3조8696억 원(13만6027건) 등의 순이 뒤를 이었다.
산업은행과 수협은행도 각각 2조4255억 원(2326건), 1조7033억 원(1만7055건)으로 5년 간 '꺾기' 의심거래가 조 단위를 넘었다.
박재호 의원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 행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며 "대출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행태가 중소기업을 울리고 있는 셈인 만큼 은행 자체의 자성과 금융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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