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HEV·전기차 1년 이상 대기…압연공장 복구 늦어지면 추가 지연 우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이미 고객 인도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 밀려 있는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의 신차 출고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기 모터 생산에 꼭 필요한 전기강판을 포항제철소에서만 만들 수 있는데, 복구가 늦어질수록 전기강판 수급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의 신차 출고시 내연기관차는 평균 10개월, 전기차는 12개월, HEV 모델은 최대 20개월까지 밀려있다.
9월 기준으로 가장 출고 적체가 심한 차종은 '아반떼 HEV'와 '싼타페 HEV'로 대기 기간이 20개월에 달했다. 아반떼 HEV는 전달 17개월에서 20개월, 싼타페 HEV는 전달 18개월에서 20개월로 늘어났다. 기아의 스포티지 HEV와 쏘렌토 HEV로 주문 후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전동화 차량인 '아이오닉5'와 'EV6', 'GV60' 등 주요 전기차의 경우 신차 출고시 12개월 이상 소요된다.
HEV와 전기차 출고 지연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와 모터 등을 탑재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가 더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사상 최대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전기차 주요 부품인 전기강판의 수급도 불안해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모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의 경우 국내에서는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태풍 피해가 가장 심했던 압연 라인의 전기강판 공장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전기강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오는 2025년 전기강판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며, 현대제철은 아직 전기강판을 만들지 못한다. 만일 포스코의 복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기차 부품 수급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사 중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를 만드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전기강판 재고는 2개월치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모비스 등을 통해 3~4개월치 전기강판 재고를 확보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4개월 이내에 복구가 되지 않을 경우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1냉연·2전기강판 공장을 정상화하고 다음달 중으로 1열연과 2·3후판 공장, 11월 중으로 1·4선재와 2냉연 공장, 12월 초 3선재와 스테인리스 2냉연·2열연 공장 등을 차례로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말까지 완전 정상화를 진행한다는 게 포스코 측의 계획이지만, 자칫 복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기강판 재고 소진 이전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추가로 북상하는 태풍 '난마돌'에 대응하기 위해 19일 복구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복구 과정에서도 추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최악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전기강판을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계획대로 공장 시설을 가동하더라도 실제 완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수 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면서 "특히, 압연공정의 경우 제작 공정이 까다롭고 복잡해 기존 수율(정상제품 생산 비중)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포항제철소 생산 재개 지연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TF에서는 해외에서 전기강판을 수입하거나, 전기모터를 다른 부품업체로부터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출고 지연 등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만큼, 차량 부품 공급망에 대한 논의는 지속하고 있다"면서 "다만 본격적인 TF 구성단계 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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