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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타이어 조현범, 성북동 저택 허물고 미술관 건립…궁금증 증폭(영상)

  • 경제 | 2022-09-18 00:00

한국타이어 "건립 배경 확인할 수 없어"

조현범(오른쪽 위)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 대저택을 철거하고 최근 미술관을 짓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 DB
조현범(오른쪽 위)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 대저택을 철거하고 최근 미술관을 짓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 DB

[더팩트ㅣ장병문·이성락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사) 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대저택을 철거하고 최근 미술관을 짓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술계와 인연이 알려지지 않은 조현범 회장이 어떠한 이유로 서울 전통의 부촌으로 통하는 성북동 주택가 한복판에 미술관을 지은 것인지, 자세한 활용 방안과 개관 시점 등에 대해 재계와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조현범 회장은 성북동 단독주택 자리에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 현재 1층짜리 단층 건물 인테리어와 주차장 조성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공사는 이르면 다음 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더팩트>에 "미술관을 짓고 있는 게 맞다"고 확인했다.

이 공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재계 관계자는 "성북동 미술관은 회사(법인)가 짓는 게 아니라 개인(조현범 회장)이 짓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범 회장은 10대 시절 조양래 명예회장에게서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470.35㎡ 규모의 해당 단독주택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성북동 330번지 일대 시세는 평당 3500만 원가량이다. 조현범 회장의 성북동 저택 토지면적은 1198㎡(약 362평)로 시세는 대략 125억~130억 원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성북동 단독주택 중 지은 지 오래된 집은 거래할 때 건물값은 매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현범 회장이 도곡동을 거쳐 현재 한남동 최고가 아파트인 '나인원한남'에서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성북동 저택은 주거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시작된 건물 철거 후 그동안 성북동 부지에는 어떤 용도의 새 건물이 들어설지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없었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해에 문의했을 당시 성북구청과 인부들조차 '문화 및 집회시설'로 등록된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미술관 외관이 드러났다.

조현범 회장과 미술계의 인연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미술관 건립이 회사가 아닌 조현범 회장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과 취향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부인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 씨의 영향이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수연 씨는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기업 미술관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재벌가 여성들이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한창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미술관은 이르면 다음 달 완공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병문 기자
한창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미술관은 이르면 다음 달 완공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병문 기자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은 긍정의 시각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린다. 재력과 인맥을 갖춘 미술계 리더가 문화 산업에 기여한다는 점은 긍정적 대목이지만, '그들만의 고상한 취미 생활' 또는 '품위 유지 수단'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재벌가 운영 미술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2007년 '신정아 스캔들' 이후다. 삼성·SK 등 이른바 '큰 손'들이 문화 사업을 활발히 펼쳐 희석되긴 했으나, 여전히 비자금 조성, 탈세 등 의구심이 한편에서 있는 것은 여전하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어 안 좋게 보려 한다면 왜곡돼 보일 수도 있다"면서 "그렇지만 지금은 미술관 운영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미술관 건립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과 관련한 부정적 시각을 염두에 둔 탓에 조현범 회장이 미술관을 세운 사실을 굳이 밖에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더구나 조현범 회장은 협력업체 금품수수·횡령 등 개인 비리로 유죄를 선고받는 등 도덕성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아 대외 행보를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다음 달 완공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술관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윤곽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개관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미술관까지 지어 개인 용도로만 계속 활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수집, 관리, 보존, 연구라는 미술관의 기능적 뼈대를 잘 갖춘 공간으로 탄생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작가가 전시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공간, 나아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조현범 회장의 미술관 건립을 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조현범 회장의 미술관 건립을 하고 있는 데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더팩트 DB

그럼에도 위치를 고려했을 때 전시 등 대중과 공유하는 성격의 미술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 평창동과 함께 서울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인 성북동 인근은 대중이 접근하기가 매우 쉽지 않는데다 유동 인구가 극히 적은 지역이다. 인근 주민으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재벌 회장 뿐이다.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 차남인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조양래 명예회장한테서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넘겨받으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지난해 형인 조현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밀려났고 그는 같은 해 말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단독 경영 체제 9개월 차인 조현범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분 인수에 따른 비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총 42.03%를 갖고 있는 조현범 회장은 지분 유지를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등 자금 조달에 힘을 쏟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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